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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설] 박범계의 '이상한 억양'
[삼촌설] 박범계의 '이상한 억양'
  •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 승인 2020년 08월 04일 17시 5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8월 05일 수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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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개개비’로 1959년 아시아자유문학상을 수상한 울산 출신 소설가 고(故) 오영수(1909~1979년)는 암울했던 시대를 살았지만 동시대를 호흡한 다른 작가들의 일반적 경향인 문학 사회성 보다는 토착적 정서를 일관되게 추구했다.

그가 추구한 작품세계처럼 그의 사람됨도 따뜻하고 정이 많았다. 그는 1979년 문학사상에 발표한 ‘특질고(特質考)’라는 글 때문에 혹독한 필화를 치렀다. 해학적인 필치로 지역별 한국인의 특성을 ‘건실한 지역 언어의 개성을 살려가자’는 취지로 썼다. 그런데 특정 지역민의 감정을 크게 자극했다. 그는 문학사상이 발매된 이후 부랴부랴 일간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서야 간신히 필화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넉 달 후 세상을 떠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임대차 3법’ 관련 국회 연설을 잇따라 공격하고 나선 가운데 박범계 의원의 페이스북 글이 ‘특질고’ 같은 설화를 자초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의원을 겨냥 “(국회 연설이) 눈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이 아닌, 그쪽(통합당)에서 귀한 사례니 평가한다”고 썼다. 이는 명백히 통합당의 주류인 영남지역 사투리를 조롱한 것이다. 통합당이 이 언사에 대해 ‘이상한 억양’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대구·경북 시민들에게 사과하라고 논평했다.

박 의원은 해당 표현을 뒤늦게 삭제했지만 박 의원 혼자만이 아니라 집권 세력에 팽배한 영남 사람들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충청 출신 박 의원의 발언도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서울말’이 아니다. 박 의원이 ‘이상한 억양’이라는 말은 문재인 대통령도 쓰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쓴다. 박 의원에겐 ‘이상한 억양’도 자기편은 괜찮고 상대편이 하면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다.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가 고질적인 지역주의 벽을 허물자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발언으로 지역주의 골이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박 의원은 영남 지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문제의 본질과 거리가 먼 지역 특성을 들어 조롱한 것은 박 의원의 자질과 양식을 의심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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