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취수원 다변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대구시는 안전한 수돗물 확보를 위해 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 이후 취수원을 구미산업단지 위쪽에 있는 해평광역취수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물 부족 등을 우려한 구미 시민의 반발로 지금까지 해법을 찾지 못했다. 30년 가까운 취수원 이전 계획이 진척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꽉 막힌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 대구시가 마침내 상생 기금과 낙동강 뉴딜 사업 등을 통한 취수원 문제 해법을 찾기로 했다. 대구 내부 취수원을 십분 활용하고, 외부 취수원에서 끌어오는 ‘취수원 다변화’를 한다는 것이다. 낙동강 물 갈등을 최소화 하는 상생 해법을 찾는다지만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3일 담화문을 통해 “취수원 공동활용 지역에서 확보 가능한 수량을 취수하고, 부족한 수량은 현재의 대구 매곡·문산 취수장에서 취수하겠다”고 했다. 시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보다 강화된 고도 정수처리 공법을 통해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하겠다고도 했다.

대구시가 밝힌 취수원 공동활용 지역은 구미 해평취수장이나 안동 임하댐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구미나 안동 지역민들의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취수원 이전 추진 과정에서 대구와 구미가 민관협의회를 통해 논의를 진행했지만 지금까지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당장 임하댐 취수 계획이 알려지자 안동시와 시의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안동시는 권영진 시장이 안동시와 협의도 없이 임하댐 취수 방안을 발표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4일 안동시는 “안동 시민의 희생이 바탕이 된 대안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동시의회도 같은 날 한 발 더 나아가 대구시의 임하댐 취수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안동시의회는 성명에서 “환경부가 지난해 4월 ‘대구 취수원 이전’ 갈등을 풀기 위해 연구 용역을 위한 기관 간 업무협의에 안동은 참여할 기회조차 배제한 채 실무적 대안으로 안동을 포함해 ‘낙동강 유역 통합 물관리 방안’을 발표하는 것은 안동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권영진 시장이 취수원 공동활용 지역에 대한 상생 기금 조성을 약속했지만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5일 정부가 경남도청에서 지난해 3월 착수한 ‘낙동강 유역 통합 물 관리 방안’ 연구 용역 중간보고회를 연다. 이날 낙동강을 끼고 있는 영남권 5개 시·도가 첫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을 열어 낙동강 물 문제를 논의한다. 협의회가 어떤 방안을 내 놓을 지 초미의 관심사다. 대구시의 절박성을 인식하고 상생의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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