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학강미술관 관장
김진혁 학강미술관 관장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전시행사로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있다. 그동안 대구는 대표 문화행사로 컬러풀페스티벌이 있지만 공연을 상징하는 행사는 ‘봄에는 뮤지컬, 가을에는 오페라’ 축제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대표 공연축제와 나란히 하는 국제 전시행사가 대구사진비엔날레이다. 하지만 2006년부터 시작된 사진비엔날레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대의 문화적 키워드를 잘 담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를 가졌지만 한국 사진의 본향인 대구경북의 고유한 정신과 텍스트를 시대정신과 결합하여 살리지 못하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비엔날레 형식의 국제행사가 약 20여 개나 된다. 많은 예산으로 관람객을 동원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노력을 기울이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중에는 지역민과 외지인에게 감동을 주는 축제도 있지만 대다수는 변화와 혁신을 지양하고 감독과 커미셔너 및 관계자의 그들만의 리그인 텍스트를 담아내고 있다. 올해 열릴 예정이던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코로나로 인해 내년으로 연기되었다. 수년 동안 지켜본 필자는 사견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우리는 수십 년 간 모든 것을 유럽이나 미국중심의 서구적 담론에서 바라보며 모방하고 있지 않나 자문해본다. 코로나 이후 진행되는 현재, 지금, 여기 에서는 서구담론을 뛰어넘어 동아시아에서 바라본 이슈와 내용을 담아 지구촌의 새로운 연결고리가 되는 정치, 사회, 문화의 현황을 모색해야 될 것이다. 작지만 강한 동북아의 분단국 대한민국에서 바라본 시각에서 주제와 정체성을 담고 관련된 전시를 펼쳐야 될 것이다. 그동안 평면의 사진작품이 보여준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술이라는 큰 영역 속에 사진은 현대미술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기에 지금부터 변화를 시도하면 좋을 것이다. 즉 사진과 현대미술의 만남인 임팩트와 융합이다. 사진과 현대미술이 만나고 부딪히게 되면 자연스레 신선하고 새로운 내용의 넓은 의미의 현대사진예술이 표현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동아시아에서 대구라는 도시는 창의적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몇 가지 큰 틀에서 제안을 해본다. 첫째, DAC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관과 성당못, 부용정 일대를 아우르며 야외에 초대형 천막 뮤지엄을 설치한다. 이 설치프로젝트는 건축가, 디자이너, 미술가 등이 협업하여 천막 전시장 자체가 훌륭한 현대미술 공간으로서 볼거리가 되는 건축물이 되길 희망해본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시도는 벌써 있어 왔기에 가능하다고 생각되어 많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본다.

두 번째는 이제껏 이루어진 평면의 단순한 사진 작업에서 현대미술의 평면, 입체, 설치, 영상과 융합하여 사진예술의 경계를 넘어서 보다 폭 넓은 미술 영역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세 번째는 오픈 행사에 축제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성당못을 중심으로 미디어 파사드와 홀로그램이 함께하며 대구를 상징하는 오페라나 뮤지컬로서 진행하여 대구사진비엔날레를 더욱더 빛나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일들을 진행하기 위해서 많은 예산이 소요되겠지만 창의적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예산이 많다고 모든 문화행사가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예산으로도 얼마든지 감동을 주는 문화행사를 많이 경험하게 된다.

특히 대구경북에는 이제까지 국제적인 미술관련 행사가 없었다. 그 많은 한국의 비엔날레 축제 속에 당당하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정체성과 차별화를 가져야 된다. 국제적 미술관련 축제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사진비엔날레는 미술영역을 당연히 끌어안아야 될 것이다. 그래야만 대구시민과 지구촌 관람객이 함께하는 국제적 사진축제로 거듭날 것이다.

2021년으로 연기된 대구사진비엔날레는 현재 독일 출신의 브리타 슈미츠가 예술 감독으로 선임되어 총 연출을 펼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쪼록 이번에는 몇몇 사람들에 의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열리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