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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덤불
[아침시단] 덤불
  • 강성은
  • 승인 2020년 08월 05일 16시 41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8월 06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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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자 그의 몸에서 잎이 자라기 시작했다. 잎들이 무성해
지자 그는 곧 덤불이 되었다. 태양이 광기의 분수를 뿜어낼수록 덤
불은 더 풍성해져갔다. 잎 속에서 솟아나온 연한 줄기는 이내 단단
해졌고 그러나 곧 그의 몸의 일부가 되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대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덤불인간이 되는 것이 나의 운명이
었나 시간이 지나자 그는 처음부터 덤불 속에 살아왔던 것처럼 느
껴졌다 덤불의 눈으로 보니 누구나 덤불 속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원래 덤불 속에서 살아왔고 덤불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온 적이
없다고 서리가 내리자 그는 조금씩 잿빛으로 물들어갔다 오래 먹
지 못했고 야위어갔다 덤불은 자주 바람에 흔들렸고 겨울이 되자
검불이 되어 굴러다녔다.

침묵하고 있는 수많은 덤불들이 도시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었다

<감상> 덤불 인간은 연한 잎에서 단단한 줄기가 되어 덤불의 일원으로 산다. 덤불은 인간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를 말한다. 처음에는 부정부패를 질타하다가 자주 두들겨 맞았고, 이제 만성이 되어 아프지 않다. 오히려 덤불 속에 있는 것처럼 자신의 부정을 용인하고 양심 있는 사람으로 둔갑시키기에 바쁘다. 잠시 서리와 같이 순수와 정의가 오는 듯 했으나, 이내 덤불에 휩싸여 버렸다. 좋은 게 좋다고, 양심 바른 소리를 저버리고 침묵의 덤불들이 도시를 점령해 들어가고 있다. 시민들이여! 모래가 애초에 바위 덩어리였듯 모래알도 뭉치면 큰 힘을 얻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무시당하지 않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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