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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설] 법의 지배
[삼촌설] 법의 지배
  •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 승인 2020년 08월 05일 17시 2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8월 06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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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파이낸셜 타임스가 올해의 책으로 ‘법의 지배(The rule of law)’를 선정했다. 이 책은 20세기 영국 최고의 판사로 불리는 톰 빙험이 쉽게 풀어 쓴 법치주의에 대한 이야기다. ‘법치주의’라는 말이 온갖 정치적 수사로 왜곡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성찰의 지침이 되고 있다.

톰 빙험은 ‘법의 지배’를 구성하는 여덟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법은 접근성이 편하고 이해하기 쉽게 명료해야 하며 △권리나 책임은 재량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국가의 법률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장관과 모든 직급의 공무원은 그들에게 부여된 권한을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권한이 부여된 목적을 위해 그 권한 범위 내에서 행사해야 한다. △법은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적 분쟁을 과도한 비용이나 지나친 지연 없이 해결하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의 사법 절차는 공평해야 한다. △법의 지배는 국가가 그 의무를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국제법 관계에서도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여덟 가지 원칙 중에서도 권리나 책임은 재량이 아니라 오직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점과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하며 국가의 사법절차가 공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밝힌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 발언에 대해 전과가 5범인 여당의 신정훈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일반인의 입장에서 ‘법의 지배’ 같은 무서운 말은 꽤 위험하게 들린다”는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법의 지배’는 신 의원이 지금 소속돼 있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는 ‘법치’의 기본 원리다. 국회의원이 이를 ‘무서운 말’이라고 한 것은 ‘법의 지배’와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를 혼동한 무지의 소산이다. ‘법에 의한 지배’는 권력자의 의지로 시민을 통제하거나 준법 등을 말할 때 쓴다. 윤 총장의 ‘법의 지배’ 발언은 “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를 배격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현 정국과 관련해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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