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되지 않은 연구 제시·주도가 꿈"

권태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부교수.

‘과학 기술’은 국가산업 경쟁력이자 국력 원천이다.

창간 30주년을 맞는 경북일보는 ‘실사구시(實事求是) 과학 정신’을 정립하고 기초 과학이 국부 창출 원천이 되도록 각 분야 권위 있는 과학 인재와 대담을 통해 한국 과학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주인공은 포항 소재 경북과학고등학교 3기 졸업생인 권태수(40)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부교수다.

권 교수는 카이스트(KAIST) 전자전산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를 모두 졸업했다.

캐나다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박사후연구원시절 회식 사진 (2011년)

이후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2007~2011), 미국 Stanford University, Visiting Scholar(2008, 2011), 캐나다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Postdoctoral fellow(박사후연구원, 2011~2012)을 거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2013~2015년 8월)을 지낸 후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컴퓨터공학과에서 연구 및 후학을 키우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통신네트워크, 5G 및 6G 이동통신, 확률기하, 최적화 등이다.

국제학술대회 만찬 참여 사진(미국 국회의사당 도서관)
국제학술대회 만찬 참여 사진(미국 국회의사당 도서관)

수상으로는 JCCI (국내학술대회) 최우수논문상(2006), 삼성전자 최우수 R&D팀(2009), 한국전자통신연구원 Breakthrough 1-1-1 우수아이디어상 수상(2014), 한국통신학회 추계학술대회 우수학부논문상 우수상/장려상 수상(2016),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우수교육상(2016) 등.

또한 IEEE 정회원, 한국통신학회/대한전자공학회/한국전자파학회/정보과학회 종신회원, 과학기술정통부 ICT·SW분야 기술수준 평가 전문가, 2025 ICT R&D 기술로드맵 이동통신 분야 기획위원 등 다양한 학회 활동도 하고 있다.

권 교수와 문답을 옮겨 보았다.
 

권태수 교수가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워크샵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경북 또는 포항과의 인연은.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고, 경북과학고에서의 2년간의 기숙사 생활에 이르기까지 줄곧 포항에서 생활했다. 중학교 시절까지 하루하루 즐겁게 그리고 선생님의 가르침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런 와중, 어린 마음에 경북과학고가, 당시 지역 내 비평준화 지역 최고의 고교로 인정받았던 포항고등학교와는 차별화가 되고, 또 뉴스 등에서 그 학교는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를 접하고 막연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보통 과학고를 준비하려면 1년 이상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저는 필기시험 2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입시준비를 시작했었다. 체계적 준비가 없어서인지, 입학 때까지 많은 긴장도 했고, 적응도 좀 더뎠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도 그렇고 지금 생각에도, 도내 가장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모인 곳이라 학업과 생활 지도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 지도해주신 듯 했다. 더구나 선후배와 동기들도 재능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다들 훌륭했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은 제 지도학생들에게 “무슨 일이든 영혼을 바치라”라고 말을 하지만, 당시 저는 큰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생활하기보다는 소극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부분이 못내 아쉽다. 지금은 성향이 많이 변한 것 같긴 한데, 다시 고교 생활로 돌아간다면 꿈을 정하고 좀 더 적극적인 생활을 해보고 싶다.

△교수의 꿈을 꾸게 된 계기.

-원래 교수로의 진로를 고려해보진 않았다. 국내외 굴지 기업체서 성취를 해보고 싶어, 박사학위 후 남은 병역기간도 마칠 겸 삼성의 중앙연구소 격인 삼성종합기술원에 취업했다. 20대 박사 취업에 연봉도 좀 더 협상해서 잘 받았고, 취업 후에도 승진속도가 빨라 직장 내에서 나름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어제까지 결재선상에 있던 임원이 검색되지 않는 것을 보며, ‘아무리 높은 자리를 가더라도 내 의사와 무관하게 떠나야 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그 후 “내 역할을 언제나 스스로 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가치관이 생기게 돼, 그중 국립대 교수란 직종이 가장 일치했다. 2015년 임용 당시 지원도 국립대 위주로 했던 기억 난다. 지금 제 직업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지만, 기업체 특유의 치열한 경쟁과 역동성은 많이 사라져 그 부분은 조금 아쉽다.

△전공 분야에 대한 설명과 특별한 연구 성과, 성취가 있다면.

-제 전공은 통신네트워크다. 요즘 5G 이동통신이 화두가 되는데, 5G 이동통신 기반 기술들을 연구한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는 통신장비들을 점(point)들로 보고 장비 간, 즉 다차원 공간상 점들 사이 상호영향을 확률기하이론을 이용하여 연구하며,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함께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2000년대 중반 4G이동통신인 모바일 와이맥스 분야 논문을 작성해,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 논문 중 수 개월간 다운로드 횟수 최상위 그룹에 속하고, 관련 기술이 IEEE 국제표준으로 반영된 적이 있다. 현재는 점들 간 상호관계 및 기계학습 적용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데, 간혹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을 읽다가 제 논문이 인용됐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아마 다른 연구자들도 본인의 연구가 실제 응용되거나 인용될 때 큰 희열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19와 연구가 관련성 있는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언텍트(Untect)란 키워드가 떠오르고 있다. 5G 및 이후 이동통신은 멀티미디어 같은 기존 응용서비스를 넘어, 원격제어를 위한 저지연통신, 사물인터넷 등과 어우러져 4차 산업혁명 시대 사회 인프라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데, 이러한 연구는 언텍트 사회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던진 숙제, 대학에 던진 화두는.

-코세라(Coursera·2012년 개설한 세계 최대의 온라인 공개수업 플랫폼) 등 온라인수업 파급력은 전공자들에겐 수년 전부터 널리 인지되고 있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대학 학부과정과 일반인들에게까지 그 파급력이 단지 시점이 당겨진 채 좀 더 강하게 전달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학문적 소통에서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상호 교감이 매우 중요하므로 인간의 오감 모두를 (현재 5G 통신은 청각 및 제한적 시각 중심) 전달할 수 있지 않는 한, 오프라인 교육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교육 수단이 된다. 단지 기존 오프라인 교육의 시공간적 제약을 온라인 교육이 충실히 보완해줄 정도가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오프라인 강의보다 이번 학기 온라인 강의에서 학생들의 강의평가 점수가 훨씬 좋아져 기분이 좋기도 하고 당황스러운 면도 있었다.

△ 포스트 코로나, 대학의 미래는

-대학의 기능은 교육·연구·학생지도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3가지 기능 중 많은 교수들이 시간 상 연구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연구부문에서는 오히려 언텍트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교육은 코로나 이전부터 ‘Flipped Learning’이라는 온라인강의와 오프라인 토론수업이 병행되는 방식이 점차 적용되고 있었다. 이같이 단방향 지식 전달을 온라인으로 진행함으로써, 토론 및 문제중심학습 등 보다 학문적 본질에 다가갈 기회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교육과 학생지도 모두 상호 교감 부분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 한다.

△ 코로나 극복을 위해 인공지능(AI)가 담당할 역할은.

-자율주행과 같이 AI가 인간의 특정 행위를 아주 잘 대체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되는 분야가 있는 반면, 생각보다 AI가 잘 동작하지 못하는 영역이 여전히 훨씬 더 많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AI가 단시간 내에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기보다는, 바쁘고 복잡해져 가는 현대인들의 삶에서 AI는 불필요한 정보나 행위를 줄여줌으로써, 사람들이 인간 본연의 행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텍과 카이스트 등이 AI대학원을 문을 열었다. 이유는.

-포스텍과 카이스트 등 유수 대학서 AI대학원을 신설하고, 내년부터 많은 대학이 학부과정에서도 AI관련 학과를 신설할 예정이다.

저희 학교(서울과학기술대)도 AI응용학과를 내년부터 신설하고 저는 해당 학과 준비위원회에 있어 신설 초기부터 깊이 관여하고 있다. 현재 AI인력은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전문인력 수급문제를 최상위 대학부터 중위권 대학에 이르기까지 AI대학원과 AI학부 과정 신설을 통해 잘 해결해갈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AI자체 전문지식을 보유한 인력도 필요하지만, 연구개발 현장에서는 AI를 툴(Tool)로써 활용할 수 있는 도메인지식 (Domain Knowledge·응용하고자 하는 분야의 전문지식), 즉 기존 학문 분야 지식을 충실히 갖춘 인재를 더욱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가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가 대체했던 초기 산업혁명이 인간의 지적활동 영역으로 확장해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며, AI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알고리즘들로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AI는 축적된 데이터를 이용해 문제해결책을 만들어주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알고리즘’의 역할을 해 줌으로써,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주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AI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의 겨울’과 같은, 사람들의 기대 대비 그 성과가 미치지 못해 침체기가 수 회 반복된 역사가 있기에, 이 부분 또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일 것이다.

△이루고 싶은 연구 성과, 꿈이 있다면.

-저는 무선네트워크를 공간상의 점들 간 (무선장치들 간) 상호작용 관점으로 바라보는 확률기하 (Stochastic Geometry)를 10여 년간 연구해오고 있다. 이 연구를 일반 데이터들의 상호작용으로 확장하고 인공지능 혹은 기계학습과 함께 접목한 연구를 진행해 데이터 과학 분야로 연구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하고 싶은 공부와 연구를 자유롭게 해보고 싶은 것이 궁극적 바람이라 요즘 경제·금융 등 다양하게 보고 있다. 아직 시도되지 않은 연구를 먼저 제시하고 주도해가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

△포항과 경북의 풍부한 R&D인프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예전부터 포스텍(포항공대), 경북대학교 등 경북 출신 인재들이 국가 발전에 핵심 이바지를 해왔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인프라까지 생겨 포항과 경북의 R&D 인프라는 지속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인프라 측면과 달리 최근 인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며 지역 발전이 예전에 비해 더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모든 분야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포항과 경북만이 가지고 있는 특화된 인프라 (예를 들면 철강산업, 방사광가속기, 해양환경 등)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지역만의 고유 특징을 살리는 R&D 활성화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한다.

△삶에 대한 조언이나 지혜, 자신이 가진 가치관이나 철학 자유롭게 부탁합니다.

“본인이 최선을 다했다면 ‘본인을 기준’으로 생각하십시오. 저도 늘 부족하고 잘 안되지만, 우리 삶에서 내가 주변 환경에 적응되기 보다는, 무슨 일이든 ‘내가 세상의 중심’이란 생각으로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본인이 주체가 되길 바랍니다.”

△경북일보 독자들에게

-경북과학고와 경북 출신의 훌륭한 동기들과 선후배분들이 각 분야에 많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개인적으로 연락드려 진로에 대한 생생한 경험과 조언을 얻길 바란다. 추후 이 인터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 많은 훌륭하신 후배분들을 뵙길 바란다.

△기초과학, 그리고 응용과학에서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하려면?

-우리나라는 현재 기초분야(기초과학) 대비 응용분야(산업체 응용기술)에서 국제적으로 좀 더 우위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두 기술을 구분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고 보긴하는데, 무엇보다 성과 중심 시류에 편승한 연구보다는 학문적 다양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AI분야가 특히 각광받고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AI로는 연구과제도 취업도 하기 힘든 분야였다.

어쩌면 지금도 AI의 인기에 묻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대학원 지도학생 졸업 사진

△과학자를 꿈꾸는 과학고 등 이공계 후배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과학자의 진로가 기업, 정부출연연구소, 대학, 정부기관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듯 한데, 의약계열을 포함해 그 선호도가 1990년대 말 이후 모두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현실이긴 합니다. 저 역시 고교 시절 진로에 대해 막연했었는데, 과학자를 꿈꾸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흔히 고민하는 현실적 부분들에 대해서도 미리 고민해, 본인만의 확신을 갖는 것이 더욱 즐겁게 연구할 수 있는 동력이 되지 않나 한다. 따라서 다양한 진로와 부분들을 폭넓게 고민하고 체험해보길 권한다.

△공무원이 대세인 시대, 안정적인 직장에 모두 매몰되고 있다. 맞는 현상일까?

-저는 공무원을 비롯한 안정적 직장의 선호가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어찌하다 보니 저 또한 공무원이 됐다 (국립대 교수는 교육부 소속 공무원). 무엇보다 본인의 평생 지속할 가치관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직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연구자는 안정적 지위가 바탕이 돼야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어떤 사람은 보상이 따라야 연구의 동력을 얻기도 한다. 본인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High Risk & High Return’ 문구를 상기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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