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섬
물거품이 하얀 이빨을 드러낼 때
절망의 끝이 등대처럼 서 있는 곳
풍랑이 흔들어도 끄떡 않는 고집


*교미
본능과 윤리 사이에 떠 있는 교집합
평소에는 으르렁거리다가 달이 뜨면
오늘의 본능이 어제의 윤리를 밟는 것


*분신
썩은 동아줄을 잡고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 순간 불구덩이에서 허덕이다가
한 줌의 뼈 가루로 강을 건너는구나!


<감상> 기댈 언덕이 없어 등대라고 생각했고, 온갖 시련이 와도 대수롭지 않을 정도로 살았다.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고집은 점점 요동부동이었지. 그 고집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고 갖고 떠나간다. 본능과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낮에는 윤리에 기울고, 밤에는 겨우 본능에 눈을 떴지. 본능이 어제의 윤리를 짓밟는 삶을 살아보지 못했던가. 후회가 물거품처럼 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고집이 클수록 눈치도 없는 법, 사회에서 굵은 동아줄인지 썩은 동아줄인지 모르고 열심히 살다가 죽음의 강을 먼저 건너간다. 젊어서 너무 고생하지 말고, 똥고집을 오래 갖고 있지 말아야 하거늘.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