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저는 임차인입니다” 국회에서 단 5분의 짧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설로 일약 스타 국회의원이 된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야당의 대정부 투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국회의원 176명 공룡여당의 폭거 속에 미래통합당의 존재감을 찾을 수가 없는 시점에서 윤 의원의 대정부 질문 연설은 많은 국민의 동조를 얻었다. 또한 소속당 통합당이 ‘수구꼴통’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벗게 하는 신선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도 뒤따랐다.

4·15총선 뒤 통합당은 당랑거철(螳螂拒轍)의 허세라도 보여주길 바랬던 국민들의 희망도 아랑곳없이 약 먹은 쥐처럼 허약한 모습만 보여왔다. 집권 여당 시절 그 잘난(?) 당당함도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다. 상대 당 의원 숫자의 위력에 지레 주눅이 들었는가. 국회에서 들리는 것은 민주당 의원들의 안하무인격 위세와 폭언만 눈과 귀에 박혀왔다. 야당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지가 오래됐다. 국회의원 104석의 미래통합당은 어디로 숨어 버렸는가.

정부는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이튿날인 31일 국무회의를 열어 의결하고 관보에 게재해 곧바로 공포했다. 불과 나흘만에 국회법사위 상정과 본회의 통과, 법시행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여당의 입법 폭주에 미래통합당은 손을 놓고 바라보는 것으로 끝냈다. 거대 여당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행태에 제동을 걸기 힘든 야당의 한계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야당의 무기력한 대응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 법들은 국민의 생활과 미래에 직접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미칠 내용 들이다. 적어도 제1야당이라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 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5분 연설’은 7월 국회 최고의 백미가 됐다. 연설은 짧았으나 상대에게 큰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통합당의 무능과 그동안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잘 보여 주었다. 윤 의원은 “저는 임차인이다”로 시작한 연설에서 “저는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은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가거나 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법으로 달랑 만드느냐”고 비판했다. 윤 의원의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고 짧은 이 ‘5분 연설’은 국민을 설득해 내 편으로 끌어오는 방법을 제시했고 야당이 대여투쟁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잘 싸우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인터넷에선 윤 의원의 국회연설에 막말이나 고성 없이 여당의 ‘법안 폭주’와 일방처리의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통합당 시장 후보로 적격”이라고까지 했다. 장외투쟁, 단식, 집단농성 등은 이제 ‘수구꼴통’만 각인시키는 구시대적 대여 투쟁의 유물이 됐다. 통합당은 윤희숙 의원에게 앞으로의 대여 투쟁방법의 길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통합당 대변인이 하는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은 국민들이 진중권(전 동양대 교수)의 말에는 왜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미래통합당이 찾아 나서야 할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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