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속 수사정보정책관 등 중간간부 요직 대거 폐지 검토

검찰 고위간부 인사 발표가 오는 7일로 확정됐다. 지난 1월에 이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두 번째 검찰 정기인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연합
올해 1월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참모진 물갈이 인사가 단행된 ‘윤석열호’ 대검찰청은 조만간 수사조직 축소 개편이라는 또 다른 파도와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검토 중인 이번 대검 조직개편안에는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기조에 따라 수사정보정책관 등 중간 간부 요직을 대거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앞으로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후속 조치를 명분으로 대검의 수사 지휘 기능 축소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여 ‘윤석열 힘빼기’라는 비판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기획관·정책관·선임연구관 등 대검의 일부 직위를 없애는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일선 검찰청 차장검사에 해당하는 중간 간부가 맡아온 자리다.

대검 조직 개편안은 이달 중순께 예정된 중간 간부 인사 전에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는 올해 첫 중간 간부 인사 이틀 전인 1월 21일 전국 검찰청의 13개 직접수사 부서를 형사·공판부로 전환하는 직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검토 중인 조직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직책은 범죄 정보를 수집하는 수사정보정책관이다.

수사정보정책관의 전신은 범죄정보기획관(범정)으로 각종 범죄 관련 정보를 수집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했다. 옛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가 2013년 4월에 폐지되기 전까지는 범정에서 수집된 첩보가 중수부 수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범죄정보기획관이 사실상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유다.

대검 범죄정보 부서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인 2017년 인원이 대폭 축소됐고. 책임자의 명칭도 범죄정보기획관에서 수사정보정책관으로 바뀌었다.

수사정보정책관은 직제상 대변인 등과 함께 검찰총장 직속으로 배치돼있다. 대검 차장검사를 보좌하는 것이 공식 임무지만 여전히 검찰의 직접수사를 지원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수사정보정책관과 수사정보 1·2담당관을 모두 폐지할 것을 권고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선임연구관도 폐지 대상에 이름이 오른 상태다. 선임연구관은 반부패강력부장 아래에서 전국 검찰청의 인지 사건 수사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대검 중수부의 수사기획관에 해당하는 핵심 보직이다.

대검 공공수사부의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부의 과학수사기획관 등 대검 지휘부 안에서 각 부장과 과장 사이에 있는 중간간부직도 개편 대상이다.

대검의 모든 부서가 규모 축소 대상인 것은 아니고 형사부 산하에 환경 등 전문 분야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3과를 신설하는 안도 포함돼 있으나, 대검 전체로 보면 수사조직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대검 조직 축소 움직임에 대해 “검찰의 수사권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수사정보정책관이 폐지되면 대검의 정보 수집 기능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검 참모진을 반년 만에 대거 교체한 데 이어 수사조직까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윤석열 힘빼기’라는 비판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대검 검사급(검사장)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공공수사부장이 모두 친정부 성향 검사들로 채워지면서 이미 윤 총장이 고립됐다는 평가가 대세다.

이렇다 보니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어온 윤 총장에 대한 정치적 공세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정부와 여권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이 지난 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독재’, ‘전체주의’ 등 표현을 써가며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것도 결국 이런 내부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조직축소 개편 등 일련의 움직임은 검찰 개혁안 중 하나인 수사권 축소에 따른 것이므로 윤 총장을 겨냥한 정치공세로 단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일부 수사권을 넘기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때부터 공언한 권력기관 개혁안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시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기 위해 대검 중수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 설치 등을 추진했지만 검찰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이번 대검 조직 축소안 역시 그간 추진돼온 검찰개혁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윤 총장에 대한 정치적 공격과는 무관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과 무관하게 여권·정부가 공수처 출범 등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면에도 이런 전제가 깔려있다.

법무부는 지난 7일 검사장 인사를 발표하면서 “국민을 위한 수사권 개혁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했다”며 검찰 수사권 축소를 염두에 뒀음을 강조했다.

추 장관도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두고 윤 총장과 대립한 뒤로는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원론적인 입장 외에 불필요한 발언은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다.

윤 총장 개인에 대한 언급이 자칫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시도로 비칠 경우 검찰개혁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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