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보름째…"승강장 멀고 쉽게 기억 못 해" 불편·불친절 호소 뿐

포항세무서 앞에 새로 만든 버스환승센터에서 한 70대 어르신이 깨알같은 버스 노선표를 보면서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찾고 있다. 손석호 기자

포항 시내버스 노선 개편이 지난달 25일 전면 실시 후 보름을 맞았지만, 불편과 불친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사는 A(70·여)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11시께 신설된 마을버스가 급정거해 앞으로 구르면서 매우 놀랐다.

이 버스는 용흥행정복지센터 인근서 신호 위반을 하다 급히 속도를 줄인 것이다. 이비인후과 진료를 마치고 귀가 중이던 그는 다시금 귀를 버스에 부딪쳤지만, 버스 기사는 사과 요구에 인사는커녕 코웃음만 쳤다.

B(남구 호미곶)씨도 지난 3일 오후 9시 17분께 신설된 호미곶까지 가는 버스를 남구 해도동에서 탑승했지만, 기사는 이유도 없이 구룡포에서 내리라고 독촉했다. 버스가 막차도 아니며 승객이 있는데도 불구, 호미곶과 차로 15분가량 거리인 구룡포에 내린 그는 결국 택시를 다시 타고 집에 갔다는 경험담을 사회관계망(SNS)에 올렸다.

포항 시내버스 노선이 지난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전면 개편됐다.

개편으로 119개 노선 263대가 돼 기존보다 10개 노선에 마을버스·전기버스 등 63대(대형 18·중형 45)가 추가됐다. 배차 간격이 줄고 또 급행과 좌석·일반·순환 간선, 지선 마을버스 등 다섯 종류로 나누고 노선 직선화 등도 꾀했다.

한동대나 용흥동·호미곶 등 기존 버스 이용이 어려웠던 지역도 버스 서비스 권역으로 편입했다.

하지만 버스 간격이 다소 줄어든 것에 대해선 호의적인 반응이 나오지만, 어르신을 중심으로 버스 번호의 전면 개편 등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는 의견이 많다.

또 마을버스의 경우 버스 외관에 주요 노선표가 붙어 있지 않고 단지 ‘○○(동 이름)’만 붙어 있다. 이밖에 서울 등 대도시는 광역·간선·마을 등 각 버스에 따라 차량 외관과 노선표 색상을 달리해 쉽게 구별토록 했지만, 포항은 그렇지 않는 등 세밀한 배려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많은 주부가 장바구니를 들고 이용하는 죽도시장 버스 승강장의 경우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인근 옛 청룡회관·어시장 등으로 분산한 것이 오히려 거리가 멀고 쉽게 기억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죽도시장에서 만난 C(75·여)씨는 “스마트폰을 잘 이용하는 젊은이들은 그나마 찾기 쉽지만 그럴 수 없어 노선표만 한없이 볼 수밖에 없다”며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이제 집에만 있게 노선 개편을 했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한다”고 했다.

한 버스 기사 역시 “개편 직전 단 하루만 교육을 받다 보니 우리도 버스 노선을 운행하는 자기 버스만 겨우 안다”며 “버스 개편에 막상 기사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고, 정보는 회사와 시만 독점했다. 충분한 교육과 소통 없이 개편이 진행됐고 배차 간격 등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친절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자문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어르신을 위한 기존 번호 유지나 버스 색상 체계 등이 없는 것은 분명 아쉽다”며 “다만 포항의 도시 규모와 분산된 도심 등 태생적 한계가 큰 데(예산 등 이유로 매우 대대적인 증편 없이) 그 한도 내에서 노력을 많이 하긴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램(trim·경 전철이나 마이크로 버스 등), 버스의 통근 및 관광 연계 강화 등 해외 사례 접목이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도시 규모나 재정이 부족해 적용하지 않은 것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는 현장안내요원을 채용해 주요 정거장에 배치하고 노선 개편 안내 콜센터도 매일 운영하는 등 승객 혼란을 줄이기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한다는 입장.

포항시 관계자는 “죽도시장의 경우 모든 버스가 한 정류장에 정차하면 25대가 몰릴 정도로 혼잡해 분산했고, 이동 거리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짧다. 번호가 바뀐 것은 경로당과 마을회관을 찾아 홍보를 해 나가겠다”며 “불친절 등에 대해서도 버스 회사와 노조와 함께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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