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점입가경이란 갈수록 아름다운 경치로 들어가다. 일이 점점 더 재미있는 상황으로 변해 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갈수록 아름답고 더 좋은 상황이 전개되고, 볼 만한 경지가 펼쳐진다는 말이다.

이 말은 진서(晉書) ‘고개지전(顧愷之傳)’에 나오는 말이다.

고개지(顧愷之)는 동진(東晉) 시대의 화가로, 서예의 왕희지(王羲之)와 더불어 당시 예림(예술하는 사람들의 사회)의 쌍벽을 이룬 사람이다.

고개지는 사탕수수를 즐겨 먹었는데, 항상 위에서부터 먹어 (뿌리쪽으로)내려 갔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여 물으니 고개지가 말했다. “갈수록 점점 좋은 경지로 들어가기(단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뿌리 쪽부터 먹으면 진한 단맛에서 올라갈수록 점점 단맛이 엷어지는데, 위에서부터 먹어 내려가면 단맛이 갈수록 진해진다는 말이다.

고개지의 이 말에서 비롯되어 ‘점입가경’은 경치나 문장 또는 어떤 일의 상황이 갈수록 좋아지거나 재미있게 전개되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

고개지는 그림뿐 아니라 문학과 서예에도 능하여 많은 작품을 남겼다. 사람들은 그를 삼절(三絶, 화절(畵絶), 재절(才絶), 치절(痴絶))이라 칭했는데, 이는 그의 뛰어난 재능과 그림 솜씨, 그리고 특이한 말과 행동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의 특이한 행동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남경(南京)에 와관사(瓦棺寺)를 짓기 위해 승려들이 헌금을 걷었는데 뜻대로 모금이 되지를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와서 백만 전을 시주하겠다면서 절이 완공되면 알려 달라고 말했다.

절이 완공되자 그 젊은이는 불당 벽에 유마힐(維摩詰)을 그렸는데, 얼마나 정교한지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이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 구경하러 온 사람들의 시주가 백만 전을 넘었다고 한다. 이 젊은이가 바로 고개지였다.

이 고개지로부터 유래된 말이 점입가경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갈수록 좋아지는 것도 많겠지만 갈수록 나빠지는 것도 많다.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상황, 더 혹독하여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가리키는 말에 설상가상이란 말이 있지만, 갈수록 더 나빠지는 상황, 더 꼴불견인 상황이 전개될 때 반어적으로 점입가경, 또는 볼수록 가관이란 말을 쓰고 있다.

점입가경이란 말보다 가관이란 말은 거의 부정적으로 쓰인다. 격에 맞지 않거나 아니꼬운 언행이나 상태를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 되어가고 있다.

작금의 검찰개혁의 문제가 개혁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검찰 지휘체계가 법무부 장관 손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하는 것인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손오공이 아무리 신출귀몰해도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놀듯이 장관의 판단이나 의중대로 움직여져야 올바른 검찰이 된다는 것 같다. 이제까지 검찰이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휘둘렀기 때문에 자초한 현상인지 모른다.

검찰, 검사라 하면 정의를 구현하는 조직이나 약자와 선한 자가 기댈 수 있는 의지처가 되어야 함에도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정치권력의 시녀 노릇을 해 왔다는 비평을 받아온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싶다. 검찰 조직을 압박해 들어가는 과정도 점입가경, 가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온 국민 앞에 말씀하셨다. “살아있는 권력도 주저함 없이 수사하여 법질서를 확립하라”고 존경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말씀을 하셨다.

법무부 장관도 “눈치 보지 말고 엄정하게 수사하라. 권력 뒤에 숨어서 법망을 피하는 사람이 없게 하라” 고 말씀하실 수는 없을까. 악쓰기의 악, 억지 부리기의 악은 추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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