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산양이 개울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 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위쪽에서 물을 마시던 호랑이가 산양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야, 너 왜 내가 먹는 개울물을 흐리는 거냐” “제가 아래쪽에 있는데 어떻게 윗물을 흐린다 하십니까” 산양의 대답에 호랑이는 더 크게 소리쳤다. “어제 그랬잖아” “어젠 제가 여기 없었는데요” “네 어미가 그랬겠지” “엄마는 죽은 지 오래됐어요” “그렇다면 네 아비구먼” “전 아버지가 누군지 몰라요” 산양은 도망갈 기회를 엿보면서 대꾸했다.

“그런 건 상관없어 네 아비가 아니면 네 할아비나 증조 할아비가 그랬을 거야. 내 물을 흐렸으니 잡아 먹을 수 밖에 없다” 호랑이는 산양을 향해 덤벼들었다. 힘 가진 권력자가 선한 국민을 옭아매기 위해 억지로 죄를 뒤집어씌운 것을 빗댄 인도의 민화다.

“부뚜막 위에 놔둔 생선 한 마리가 없어졌다/ 필시 집에 있는 고양이가/ 한 짓이라고 판단한/ 주인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집 고양이를 죽이고 만다/ 확실히 그 집 고양이가/ 먹었다는/ 증거도 없이 말이다/ 그러나 주인은/ 최소한 네가 안 먹어도/ 그 다음 의심 가는 쥐새끼들이라도 잘 지켰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울분에/ 집 고양이를 죽이는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집 고양이를 살리려던/ 일부 식구들도/ 목청 큰 어른의 위압에/ 끌려/ 고양이를 죽이기로/ 합의했다/ 집 고양이가 억울하게 없어진/ 그 날부터/ 쥐새끼들에게는/ 만고에 거칠 것이 없는/ 신세계가 펼쳐져/ 흥에 겨워 어쩔 줄 몰라 날뛴다/ 부뚜막은 말할 것도 없고/ 찬장이고 곳간이고/ 심지어 다락방 안방까지/ 온통 쥐새끼들 독차지가 됐다/ 그것도 모자라 신나게 뛰어다니는데/ 방해가 된다고 여기 저기/ 구멍을 내더니/ 드디어 집 기둥 밑둥까지 갉아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비바람이 불던 날/ 겨우 겨우 버티던 그/ 초가집은/ 소리도 없이 폭삭하고 만다” 현 한국의 시대 상황을 풍자한 시인 정홍기의 시 ‘고양이의 빈 자리’다.

인도의 ‘산양 민화’와 정 시인의 ‘고양이의 빈 자리’는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하는 집권세력의 억지춘향극을 꼬집고 있다. 검찰·어용 언론·판사까지 합세, 기자를 구속시킨 ‘검언유착’이 ‘권언유착’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국민이 직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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