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대구시향 제465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북유럽의 환상적인 이야기와 대구지역 작곡가의 참신한 선율, 독일 정통 클래식의 묘미까지 한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대구시립교향악단 제465회 정기연주회가 오는 21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의 지휘로 열린다.

특히 이날 연주회에서는 대구 출신의 작곡가 이호원이 쓴 피아노 협주곡을 위한 ‘영화 속으로’를 선보인다. 협연은 풍부한 소리와 성숙한 음악으로 인정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손은영이 맡는다. 이외 노르웨이 민족음악가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제1번과 베토벤의 가장 유명한 교향곡 중 하나인 제3번 ‘영웅’을 들려준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매력을 느껴볼 기회이다.

피아노 손은영
첫 무대는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제1번으로 연다. ‘페르 귄트’는 노르웨이의 유명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자국의 민속 설화를 바탕으로 쓴 5막의 시극으로, 공상가이자 허풍쟁이인 페르 귄트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극의 무대 상연에 필요한 부수음악은 입센의 의뢰로 그리그가 작곡했다. 극음악은 5곡의 전주곡을 비롯해 다양한 기악곡, 합창곡 등 26곡으로 이뤄져 있고, 이 중 각 4곡씩 발췌해 모음곡 제1번과 제2번을 만들었다. 모음곡 내 곡의 배열은 이야기 순서와 무관하게 음악적인 흐름과 효과, 분위기 등을 기준으로 했으며, 이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곡의 완성도를 높인다. 오늘날에는 원곡보다 모음곡이 더 유명하다.

이날 연주되는 페르 귄트 모음곡 제1번은 ‘아침의 기분’, ‘오제의 죽음’, ‘아니트라의 춤’, ‘드브레산 마왕의 동굴에서’로 구성돼 있다. 제1곡 ‘아침의 기분’은 모음곡 제2번의 제4곡인 ‘솔베이그의 노래’와 더불어 작품 전체에서 가장 유명하다. 모로코 해안의 일출 장면을 목가적으로 그렸다. 제2곡 ‘오제의 죽음’은 주인공 ‘페르’의 어머니 ‘오제’가 아들의 공상 이야기를 들으며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 흐르는 비통한 음악이다.

제3곡 ‘아니트라의 춤’은 이국적 색채가 짙은 관능적인 춤곡이다. 방랑자 생활을 하던 ‘페르’는 아라비아에서 족장의 딸 ‘아니트라’를 만나고 그녀는 이 음악에 맞춰 유혹의 춤을 춘다. 제4곡 ‘드브레산 마왕의 동굴에서’는 행진곡풍의 곡이다. 마왕의 딸을 납치하려는 ‘페르’를 막기 위해 마왕의 부하들이 그 주위를 맴돌며 춤을 추고, 큰 폭음과 함께 부하들이 흩어지는 광경을 잘 묘사했다.

작곡가 이호원
이어 만나볼 작품은 작곡가 이호원의 피아노 협주곡을 위한 ‘영화 속으로’이다. 이 작품은 지난 2014년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대구작곡가협회 정기연주회에서 초연된 바 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이 곡의 2019년 개작 버전을 들려준다. 피아노 협주곡을 위한 ‘영화 속으로’에서는 고전주의, 인상주의, 후기 낭만주의, 한국민요, 현대음악 등 시대와 장르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작곡기법이 하나로 융화돼 있으며, 음악을 통해 여러 가지 영상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휴식 후에는 생의 고통을 딛고 수많은 걸작을 남긴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뜨거운 예술혼이 깃든 교향곡 제3번 ‘영웅’이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2번이 나온 지 불과 2년 만인 1804년 발표된 교향곡 제3번은 베토벤 창작 2기의 문을 연 뜻깊은 작품이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에서 탈피한 베토벤의 첫 작품이자, 전작과는 다른 충실함과 명료한 개성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 곡은 장대하면서도 강력하고 건축적이다.

대구시향 연주 모습.
교향곡 제3번에는 이탈리어로 ‘에로이카’, 즉 ‘영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어 ‘영웅 교향곡’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이 곡의 최초 제목은 따로 있었다. 베토벤의 전기 작가 쉰틀러의 견해에 따르면 베토벤은 빈 주재 프랑스 대사 베르나도트로부터 프랑스 혁명을 잠재운 나폴레옹의 업적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베토벤은 전부터 작업해 둔 악상 스케치를 바탕으로 시대의 영웅적 면모를 담은 교향곡 제3번을 완성하였고 악보 표지에 나폴레옹의 성(姓)을 따서 ‘보나파르트’라는 제목도 붙였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스스로 프랑스 황제로 즉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베토벤은 원래의 제목을 지우고 ‘신포니아 에로이카(영웅 교향곡)’로 고쳤다. 그 아래 ‘어느 영웅을 회상하기 위해’라고 덧붙였다.

대담하고 힘찬 연주가 물결처럼 밀려가는 분위기의 1악장에 이어 장송 행진곡의 2악장이 영웅의 업적과 죽음을 그리며 슬픔 속에 마무리된다. 매우 아름다운 호른 선율을 자랑하는 3악장에서는 미뉴에트 악장을 쓰던 교향곡의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스케르초를 넣음으로써 베토벤의 독자성을 드러냈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대위법적 기교들이 나타나며 절정에 이른 후 장중하게 전곡을 마친다.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
공연을 앞두고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이번 공연은 최근 몇 년간 대구시향이 지속하고 있는 대구지역 작곡가의 창작 음악을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뜻깊다. 앞으로도 재능있는 지역 작곡가의 창작곡이 대구시향의 연주로 대중에게 알려지고, 이런 무대를 통해 대구의 음악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선보일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또 그리그의 이색적인 모음곡과 베토벤의 역작 ‘영웅’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세 작품이 클래식 감상의 재미와 즐거움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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