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높은산 없는 지리적 요인"

경북·대구에 내린 집중 호우로 신천의 물 수위가 높아져 있다. 경북일보 DB.
대구 서구지역이 최근 사흘 동안 317㎜의 물 폭탄을 맞고도 큰 피해를 보지 않아 눈길을 끈다. 연 강수량 1003㎜의 30%가 단 사흘 만에 뿌려졌는데도 뚜렷한 재산피해나 인명사고가 없었는데, 서구를 관통하는 하천이 달서천 하나밖에 없는 데다 주변에 높은 산이나 임야 면적이 작아 큰 피해를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게 대구시와 서구청의 분석이다.

10일 대구시와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6시부터 9일 오전 9시까지 대구지역 가장 많은 누적 강수량을 기록한 곳은 서구(317.5㎜)였다. 이어 북구(301㎜), 달성군(299㎜), 남구(276㎜), 달서구(274㎜), 동구(270㎜), 중구(265.5㎜), 수성구(251.5㎜) 순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지난해 장마 기간인 6월 26일부터 7월 28일까지 서구지역 강수량은 257.5㎜다.

반면 같은 기간 대구소방안전본부로 접수된 서구 비 피해 신고 건은 15건으로 중구(6건)와 남구(13건) 다음으로 가장 적었다. 전체 비 피해 신고 건수(205건)의 7.3%에 불과하다. 비슷한 강수량을 기록한 북구(53건)와 서구보다 낮은 강수량을 기록한 달서구(34건), 수성구·달성군(29건), 동구(27건)보다 적은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서구가 강수량이 가장 많아 피해 상황을 계속 관찰했지만, 뜻밖에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서구지역에 하천이나 높은 산이 많이 없는 지리적 요인이 비 피해를 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서구를 관통하는 하천은 달서천 하나다. 달성군(11개) 동구(8개), 수성구(4개)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북구는 2개의 하천이 흐르지만, 팔거천과 금호강 등 하천의 규모가 크다. 또 팔공산(해발 1192m)과 비슬산(1083m), 최정산(906m)이 동구와 달성군 등에 몰려있고, 서구는 비교적 낮은 산인 와룡산(299m)이 자리 잡은 것도 수해피해를 줄인 이유다.

임야 면적 역시 서구의 경우 전체면적 1733㏊ 중 산림면적이 206㏊(11.8%)로 중구(0%) 다음으로 가장 적다. 동구 62.6%와 달성군(60.5%), 수성구(49.7%), 북구(49.1%) 등이 전체 면적의 절반가량이 임야로 나타났다.

윤종찬 서구청 건설안전과장은 “서구의 경우 달서천 범람을 대비해 상리수문을 미리 개방하는 등 다양한 집중호우 대책을 마련했다”며 “이와 함께 큰 하천이 없고, 산지면적이 적은 점 등 지리적 요인도 수해 피해를 줄이는데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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