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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단축, 방향은 옳지만 서두를 일 아냐
패스트트랙 단축, 방향은 옳지만 서두를 일 아냐
  • 연합
  • 승인 2020년 08월 11일 16시 3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8월 12일 수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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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패스트트랙(안건의 신속처리) 입법 기간을 단축하자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대표발의자는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으로, 최장 330일로 규정된 국회법 85조를 고쳐 75일로 줄이자는 게 요지다. 주요 법안인데 견해차로 타협이 막혀 입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선택하는 것이 신속처리안건 지정 제도인데, 현행법은 상임위원회 심사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90일, 본회의 자동 상정까지 60일 등 모두 330일을 숙려 기간으로 둬 처리토록 하여 ‘슬로트랙’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니 75일(상임위 60일+법사위 15일+이후 첫 본회의 자동 상정)이 너무 짧다는 평가는 나올 수 있겠으나 개정의 바람직한 방향성이 단축 쪽인 것만은 분명하다. 얼마 전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서 총 120일로 줄이자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사한 시도는 직전 20대 국회에서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7년 당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상임위 60일과 법사위 30일을 거쳐 본회의에 회부된 것으로 보는 날부터 15일 안에 본회의에 상정되게끔 기간을 단축하자고 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그러나 여야의 타협 불발로 20대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패스트트랙은 19대 국회 때인 2015년 개정 국회법에 처음 규정됐다. 2012년 5월 미래통합당 전신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표결 처리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의 핵심 보강 조항이다. 폭력국회 추방 같은 거부할 수 명분이 입법의 동력이 되었고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하는 데서 우려가 커진 법안 심사 지연을 벌충하는 방편으로 힘을 받았다. 이전 국회에서 여당 주도 입법에 정체가 심했을 때 우회하는 방법은 여당 출신 의장의 직권상정이 선호됐다. 패스트트랙은 하지만, 여야 합의가 어려운 쟁점 법안이 장기 표류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입법 취지에 어긋나게 숙려 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둬 문제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20대에선 동물국회조차 막아내지 못해 제도 자체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을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과정에서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총력 저지에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양당 대치 때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을 일어난 가운데 멱살잡이와 욕설이 난무하고 쇠 지렛대까지 등장하여 국회는 또다시 국민들에게 절망을 안긴 바 있다.

21대 국회는 20대를 반성하며 일하는 국회를 표방했다. 그래서인지 21대 임기가 시작된 지 2개월여밖에 안 되었는데도 국회법 개정안만 벌써 50여건이나 발의된 상태다. 입법 사무를 잘 다루기 위한 시도들이다. 물론 모든 법안이, 밥값 하는 국회와 국회의원이 되어 국민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해 보겠다는 뜻에서 추진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야당 의원은 예컨대 상임위원장 당적 보유 금지처럼 여당의 입법 독주 방지에 치중하는 인상이고 이번 진성준 의원의 경우처럼 여당 의원은 빠른 입법을 위한 장치 확충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여야가 그러는 건 자연스러운 면이 많이 있다. 하지만, 여야의 처지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여야는 넉넉히 시간을 가지고서 정치적 유불리보다는 일하는 국회를 위한 합리와 불합리를 따져 토의하고 합의점을 찾아 국회법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이 도입을 이끈 패스트트랙에 한국당이 저항한 20대 국회의 역설을 기억해야 한다. 진 의원이 여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어 그의 법안 발의가 야당 몫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추천권을 억제하는 등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모양이다. 현행 공수처법은 야당 추천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통합당이 이를 행사하지 않거나 행사하더라도 후보추천위 7명 전원 중 6명이 찬성하는 후보 추천을 어렵게 한다면 공수처법 개정이 불가피할 거라는 생각에서다. 개정을 해도 패스트트랙에 올려서 할 거라는 시나리오가 낳는 관측인 셈이다. 하지만 두 사안의 연계 여부는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고 진 의원 자신도 상관관계를 부인하고 있으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패스트트랙 기간 단축은 옳지만, 그것이 공수처법 개정을 위한 단발성 ‘전략기획’이라면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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