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환경청 누적된 소음 데이터 놔두고 재조사 의구심

대구시 상공에 K-2 공군기지 전투기가 이·착륙하고 있다. 경북일보BD
대구시 상공에 K-2 공군기지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경북일보BD

군 소음피해 주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기준인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군소음보상법) 시행이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방부가 소음피해 지역을 정하는 소음지도작성을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과 시기에 따라 소음피해 정도가 달라지는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간 소음측정과 자체용역 등 신뢰성 없는 방법으로 향후 5년 동안의 보상기준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12일 대구 북구청과 동구청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소음보상법 시행에 필요한 소음지도작성을 위해 용역업체를 선정, 지난달 22일 각 구청 관계자와 전문가 4명을 비롯해 주민대표 20명을 상대로 회의를 진행했다. 소음영향도 조사를 진행하려면 총 15개 지점을 선정해야 하는데, 이 사안을 주민대표들과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 국방부 지침이기 때문이다.

이어 지난 10일 국방부와 지자체, 주민대표는 대구 군 공항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주위 일대 4곳, 전투기 이·착륙 동선에 포함된 2곳을 비롯해 북구와 동구에서 제시한 지역 등 총 15개 지점을 소음영향도 조사에 참고할 기준으로 삼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대구지방환경청 등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누적된 ‘항공기소음 자동측정망 운영결과’를 데이터를 분석·활용하면 소음지도작성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소음영향도 조사는 불필요한 행정절차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구환경청은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분기별 대구공항 항공기소음 자동측정망 운영결과 일부를 홈페이지에 고시했고,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소음 자동측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공항을 대상으로 조사한 측정 결과를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공개하고 있다.

측정소 선정위치도 구체적이다. △항공기 이·착륙 방향 △항공기 소음분포의 확인이 용이한 지점 △공항별 항공기소음을 대표할 수 있는 지점 △배경소음과 지형지물의 영향이 적은 지점 △전기, 통신망 및 유지보수를 위한 접근성이 용이한 지점 △자동측정망 설치부지의 임차가 용이한 지점 △항공기소음 민원다발 지역 및 민원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 등이다.

대구공항도 대상에 포함돼 동구 지저·방촌·신평·용계동, 북구 복현2·서변동을 중심으로 소음측정이 이뤄졌다.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전공 김해동 교수는 “환경 당국에 누적된 소음데이터를 분석하면 되는데, 최근 (소음영향도 조사를) 다시 하는 것은 의구심이 든다”며 “돈이 수천억 원이 나가는 문제기 때문에 최근 한 달 동안에 (전투기·항공기) 운행 막을 수도 있다고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환경청에서 진행한 데이터를 써야 과거부터 지금까지 소음에 어떤 변동이 있었는지 다 알 수가 있다”며 “용역업체는 대행업자니까 이 조사를 맡긴 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신력 있는 데이터를 두고 조사하는 게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국방부 소음영향도 조사와 관련해 ‘피해 주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됐는가’라는 물음표도 나온다. 주민대표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동구청도 주민대표 선정기준에 소음피해주민을 규정하는 내용은 없었다며 국방부 지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만한 동·이장 자격에 준하는 사람’을 주민 대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군소음보상법 관련 민원과 별개로 소음영향도 조사과정에 대한 협의를 목적으로 주민대표를 선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피해주민 등으로 구성된 비행공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국방부의 ‘졸속’ 행정과 지자체·지방의원의 ‘무관심’이 어우러진 결과라며 보상금을 지급하는 주체인 국방부가 자체 용역을 동원해 소음지도를 작성함에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탄했다.

군소음보상법 제4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는 국가와 지자체는 소음대책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쾌적하고 건강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명시돼 있다.

대책위는 법 시행에 앞서 시행령·시행규칙을 서둘러 제정하려는 국방부와 피해주민이 가장 많음에도 이의제기 없이 따르는 동구청,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구의회 모두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22년부터 보상금이 지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소음지도는 지방의원이나 실제 이해관계에 속한 주민대표가 소음영향도 조사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내년까지 제대로 작성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양승대 대책위원장은 “비나 눈이 오는 날과 맑은 날 소음이 다르고, 계절마다도 소리가 다를 것”이라며 “봄과 가을 날씨가 비슷하다고 치면 최소 여름부터 겨울까지 3계절 동안 소음을 측정해 평균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방부 지침 따라서 협의한 것을 두고 5년 동안의 보상지역이 정해지는데, 대구에서 피해가 가장 큰 동구에서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고, 행정이 몇몇 사람 입김으로 움직이니까 정말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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