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 케인 변호사
하윤 케인 변호사

모든 브랜드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광고한다. 유명세는 곧 판매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하지만 유명세가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상표가 너무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이를 동사로 쓰는 경우, 상표는 일반 명사로 지위가 바뀌어 소유자가 상표권을 잃을 수 있다. 이렇게 상표가 대중적인 사용을 통해 일반. 명사로 변형되는 상황을 제너리사이드(genericide)라고 한다.

제록스가 대표적인 예다. 복사기를 판매하던 제록스는 ‘복사’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각인되어 대중이 ‘복사 하다’는 단어 대신 ‘제록스 하다’라는 단어를 더 자주 쓰게 되자 제록스는 상표를 잃을 위험에 처한다. 제록스가 일반명사화되는 경우, 제록스는 더 이상 ‘제록스’라는 단어에 독점권을 가질 수 없다. 즉, 상표권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록스는 광고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제록스 대신 복사라는 단어를 쓰도록 유도했다. 대대적인 캠페인 끝에 제록스는 상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미국 테크 자이언트 회사들을 칭하는 FAANG 중 하나인 구글도 제너리사이드로 상표를 잃을 뻔한 적이 있다. 구글은 한때는 야후, 빙 등과 경쟁했지만 이제는 인터넷 검색의 명실상부 일인자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인터넷 검색 엔진으로 구글을 선택하며 인터넷 검색을 지칭할 때 ‘구글 하다’, ‘구글링 하다’라고 얘기하는 것도 매우 흔한 모습이다.

Chris Gillespie와 David Elliot은 ‘Google’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도메인을 700개 이상 등록했다. 구글이 도메인을 등록하려 할 때 자신이 미리 구매한 도메인을 구글에 팔아 이익을 챙기려던 것으로 이렇게 금전적 이익을 노리고 다른 사람의 회사나 상표 이름을 선점하는 것을 ‘사이버 스쿼팅’이라고 한다. 구글은 두 사람에게 사이버 스쿼팅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질레스피와 엘리엇의 도메인 선점을 무효화 하려던 것이다.

사이버 스쿼팅 소송에서 패소하자 두 사람은 구글이 제너리사이드로 상표의 지위를 상실했다며 ‘Google’ 상표에 상표 취소소송을 제기한다. 구글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인터넷 검색을 의미하기 때문에, 일반명사화 됐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상표명이 동사로 쓰인다고 해서 항상 상표로 기능을 잃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람들이 일반 용어로 ‘구글링 하다’라고 할 때는 이를 단순히 ‘검색 하다’는 용어로 쓰는 대신, 구글 사이트에서 검색을 실행하는 것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검색 엔진도 자사 검색 엔진으로 키워드 검색을 하는 것을 ‘구글링 하다’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도 구글이 제너리사이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됐다.

이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표가 특정 브랜드를 칭하는 의미이며 해당 물건 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 좋다. 상표 뒤 이나 TM 사인을 붙여 해당 단어가 상표인지 표시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일반 명사와 상표를 연결시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구글링’ 대신 ‘구글 검색,’ ‘레고’ 대신 ‘레고 블로’ 등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제록스의 경우, 제록스 ‘복사기’를 사용하자는 광고 문구를 활용했다.

제너리사이드는 너무 먼 미래의 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를 키우는 과정에서 우리 회상에 필요한 법을 이해하고 이를 경영에 적극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작은 회사도 언제나 상표 취소 소송에 노출될 수 있다. 경쟁자는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상표 등록은 브랜드 관리의 시작이다. 모든 기업이 상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브랜드 가치를 꾸준히 관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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