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타 지역 형평성 이유 들어 역사관 건립 지원 난색

임청각 복원 조감도. 안동시

500년 민족정기 서린 안동 임청각, 완전 복원 언제 되나?

안동시 법흥동 낙동강변에 위치한 임청각(보물182호)은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11명을 배출한 대한민국의 대표적 독립운동 유적이다.

이 집안이 독립투쟁에 바친 세월을 보면 석주의 아들, 손자 3대에 걸쳐 111년, 동생 이상동의 3부자 116년, 동생 이봉화의 3부자 105년, 종숙 이승화 43년을 합하면 무려 375년이나 된다.

99칸의 대종택은 일제강점기에 행랑채와 부속건물 등 50여 칸이 뜯겨나가 반 토막이 됐다. 일제가 독립운동 성지인 임청각의 정기를 끊으려고 마당으로 중앙선 철길을 뚫은 것이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임청각은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레스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5월 임청각 방문 당시 “완전한 복원을 다짐합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기기도 했다.
 

안동 임청각 현재 모습

이에 문화재청은 경북도·안동시와 함께 2025년까지 280여억 원을 투입해 임청각 복원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복원사업에 들어갔다.

허주(虛舟) 이종악(1726∼1773)이 1763년 발간한 문집 ‘허주유고’(虛舟遺稿) 속 그림인 ‘동호해람’, 1940년을 전후해 기록한 사진과 지적도를 참고해 임청각과 주변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기로 했다. 또 핵심사업의 하나로 70억 원을 들여 연면적 1천220㎡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임청각역사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일제가 1941년 중앙선 철로를 놓기 이전 모습으로 가옥을 복원하고, 석주 선생의 독립정신을 기리는 기념관을 건립, 주차장과 화장실, 소방시설 같은 편의시설도 재정비된다.

하지만 올 1월 역사관 건립은 제외된 채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임청각의 역사적 재조명을 위해 역사관 건립에 당연히 정부도 비용을 보태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각종 박물관 등 건립 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사무여서 국비를 투입하면 다른 지자체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안동시민 A(66)씨는 “임청각의 완전한 복원은 우리 역사를 바로잡고 민족정기를 세우는 중요한 일이다”며 “대통령도 약속했는데 이제 와서 형평성을 따지는 것은 독립운동의 산실인 임청각의 정신과 교훈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아쉬움을 토했다.

한편, 임청각 복원사업은 철도 철거(부분 존치), 분가 3동 복원, 기념관 건립, 주변 정비사업 등이 추진되며, 2025년 8월 사업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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