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포리 횟집 벽에는
바다 달력이 걸려 있다
껌뻑이는 형광등 아래 달력을 차고 노는 바람
무쉬, 사리, 한객기, 대객기, 조금……
물 높이 시간 옆에 날짜별로 가지런히 적혀 있다
하루에 두 번씩
마음의 높이도 하루에 몇 번씩 뒤집혀
물결의 높이로 적혀 있다
그중 높은 물결이 쳐들어온다
건너편 출렁거리는 섬을 보던 헛발질
깊이 나락으로 빠졌는가, 했는데
밑바닥이 솟구치며 뭍으로 올라선다
철썩철썩 맞고 있는 몸
달력도 몸통을 뒤집으며 날개를 퍼덕인다
서로 밀어내며 다투는 시간이
외포리 달력에 묶인 줄을 당겨
울고 있다, 사리 중인 몸


<감상> 어느 포구이든 어부에게 물때는 가장 중요한 정보임에 틀림없다. 평생 물때에 따라 조업할 때와 물러날 때를 가늠해 왔을 것이다. 보름(15일)을 한 주기로 1물∼11물, 12물(한객기), 13물(대객기), 14물(조금), 15물(무쉬)로 돌아가면서 물때가 나타난다. 사리(6물)는 물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때, 반대로 조금은 물이 가장 적게 들어오는 시기다. 세부적으로 하루에 두 번씩 물결의 고저를 달력에 표시에 두었다. 우리네 마음의 물결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하루에 몇 번씩 조변석개(朝變夕改)식으로 요동치는가. 가장 높은 물결인 사리가 밀려와 나락으로 빠지기도 하고, 어느새 몸이 솟구쳐 올라와 있다. 섬과 나 사이에 밀고 당기는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고요해질 수 있는가.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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