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2020년 8월 12일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국회의원 3회 제한법’을 발의했다. 국회의원은 지역과 비례대표를 합해 3연임까지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도 ‘4연임 금지’를 정강정책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같은 지역구에서 4번 연속으로 출마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두 당 모두 ‘기득권 포기’와 ‘신뢰회복’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윤건영 의원은 추락하는 민주당의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통합당은 민주당보다 우위에 서려는 인기영합적 정치행태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국회의원의 직업화는 이미 제한되고 있으며, 연임차단은 국민의 힘을 약화해 관료독재를 불러오고 법률로 헌법을 제한하는 위헌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으로서 세비를 받고 정당으로서 보조금을 받으면서, 꼭 이렇게까지 하고 싶을까?

첫째, 국회의원 연임제한은 현재진행형이다. 역대 총선에서 초선 당선자 비율을 보면 17대 62.5%, 18대 44.8%, 19대 49.3%, 20대 42.3%, 21대 50.3%이다. 선진국으로 명명되는 국가 중, 우리만큼 국회의원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는 곳은 없다. 4선 이상의 국회의원은 2016년 20대 국회에서 17%(51명)였지만, 21대 국회에서는 11%(33명)로 낮아졌다. 국민이 정치변화를 소망하고 있으며, 선거승리를 위해 정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선택한 결과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원 4선 금지’를 법으로 규정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국민의 지지를 상승시키기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벤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나 되는 사람이 제1야당이나 되는 단체가 자연스러운 의원교체의 흐름을 모를 리가 없으니까.

둘째, 국민의 권한을 약하게 만든다. 국민에게 입법권, 예·결산권, 감사권을 행사할 대표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국회의원 4선 금지’는 경험으로 다져진 유능한 대표자를 선택할 참정권을 좁히는 것과 같다. 게다가 노련한 국회의원이 사라지면, 행정부 독주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행정입법이 늘어나게 된다. 행정부에 대한 예결산 심사뿐만 아니라, 행정부와 광역지자체에 대한 감사도 소홀해진다. 다선이 능력과 힘이 아니라는 항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입법에서 다선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예결산 심사와 행정부 견제에서 노련한 장관을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은 다선의 무게감과 노하우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점점 비대해지는 행정부, 점점 왜소해지는 입법부. 관료정치의 확대와 국민주권의 약화를 의미한다.

셋째, 헌법정신의 부정과 위헌시비다. 헌법 제70조에 5년의 대통령 임기와 중임금지가 규정되어 있다. 헌법 제42조에 4년의 국회의원의 임기만 있을 뿐, 연임제한이 없다. 정당의 공천과 국민의 선택으로 연임제한이 가능하고, 수차례 검증받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권한 강화에 기여하며, 초선과 다선의 융합이 주권기관으로 위상을 갖추기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더하여 헌법 위배와 반민주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국회는 헌법기관이며, 헌법에 국회의원의 연임을 제한하는 조항이 없다. 그런데 윤건영 의원은 하위법인 「공직선거법」으로 국회의원의 선수를 제한하려 한다. 위헌시비 정도가 아니라 헌법에 대한 도전이다. 통합당은 “당내 규정으로 4선을 제한하려 하니 문제가 없다”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역시 헌법부정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윤건영 의원은 위 3가지를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공직선거법」에 ‘국회의원의 3회 제한’ 규정을 삽입할 수 없다는 점도 알고 있을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공정한 선거가 행해지도록 선거와 관련된 각종 사항을 규정한 법률이기 때문이다. 통합당도 위 3가지뿐만 아니라, ‘4연임 금지’라는 정강정책이 의미가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정강정책 개정이나 당 지도부의 결정으로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액션은 국민을 현혹하여 자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일회성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국민을 잘 대변하는 국회의원과 열심히 일하는 정당은 현명하고 합리적인 국민이 만들어 낸다. 생쇼에 이끌려 다니다 보면, 국회의원은 궤변만 늘어놓게 되고 정당은 화려한 쇼만 공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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