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을 부리는 주인이 이솝에게 말했다. “목욕탕에 가 사람이 많은 지 보고 오너라” 이솝은 목욕탕으로 달려갔다. 목욕탕 안에 돌이 하나 박혀 있었다. 목욕탕을 드나들던 사람들이 돌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자주 일어났지만 누구 하나 돌을 치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사나이가 돌에 걸려 넘어질 뻔 했다.

“왠 돌이 여기 박혀 있지” 하면서 그 사나이는 돌을 뽑아 치우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이솝은 목욕탕에 들어가 사람 수도 세지 않고 그대로 주인에게 달려갔다. “주인님, 목욕탕엔 사람이라곤 한 명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나하고 같이 목욕하러 가자”면서 주인은 이솝을 데리고 목욕탕으로 갔다. 그런데 목욕탕 안은 발 들여 놓을 틈이 없을 만큼 만원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한 명 밖에 없다고 거짓말을 하다니” 주인은 이솝에게 화를 냈다. “아닙니다. 목욕탕 문 앞에 뾰족한 돌부리가 튀어나와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면서도 치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돌멩이를 치우고 목욕탕에 들어갔습니다. 제 눈에는 사람다운 사람은 그 한 사람만 보였을 뿐입니다” 주인은 이솝의 지혜를 칭찬하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어떤 사람이 물었다. “탕 안에는 사람들이 많습니까?” “한 명도 없어요” 디오게네스의 말을 듣고 목욕탕으로 들어간 사람은 어안이 벙벙했다. 탕에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목욕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온 사람은 디오게네스에게 화풀이를 했다.

“사람들이 꽉 찼던데 거짓말을 하시다니…” “아니요. 내가 보기엔 돼지새끼는 많던데 사람은 없더군요” 디오게네스의 대답이었다. “정직한 사람을 찾기 위해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닌다”고 소문난 디오게네스는 권력자들에게 진실과 정의를 강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지식인의 최고 덕목을 철저히 실천했다.

일당독주 국회를 등에 업은 일방통행 정치에 화가 난 국민으로부터 “나라가 니꺼냐” 원성을 듣는 정치는 ‘목욕탕 앞 돌부리’나 다름없다. 개, 돼지 취급 받는 국민이 되느냐, 사람 대접 받는 국민이 되느냐는 국민 하기에 달렸다. 돌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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