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시금치 등 최대 3배 올라…정부·농협 비축물량 탄력 방출
대형마틑 할인행사로 부담 덜어

역대 최장 기간 장마와 폭우 피해로 농산물 가격이 오른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자료에 따르면 기상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채소류는 침수 피해와 작황 악화에 따른 출하작업 지연으로 가격이 강세를 나타냈다.연합
“차라리 식당을 접는 게 낫겠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설상가상’ 식자재 가격까지 껑충 뛰어 외식업계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역대급 긴 장마에 이어 폭염이 쏟아지면서 주요 엽채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3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 보고자료에서 농축산물 가격이 평년보다 높은 수준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기상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채소류는 침수 피해와 작황 악화에 따른 출하작업 지연으로 가격이 강세를 나타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4일 대구지역 청상추(4㎏당) 도매가격은 8만3600원으로 전월(3만)대비 179%나 치솟았다.

대구지역 주요 채소 도매가격(4㎏ 기준) 역시 한 달 사이 두 배 넘게 껑충 뛰었다.

적상추는 6만8600원으로 전월(3만1600원) 대비 117%, 전월 2만2300원이던 시금치(5만9600원)도 167% 상승했다.

한 달 전 7900원에 팔리던 얼갈이배추는 2만600원으로 160%나 올랐고, 애호박 역시 6만4600원에 팔려 전월(1만5600원)보다 314%나 급등했다.

도매가격의 인상으로 소매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 A-유통에서는 1890원이던 애호박 1개를 한 달 사이 4690원에, 1만3590원에 팔던 시금치(1kg)는 2만2330원에 판매 중이다.

포항 E-유통에 한 달 전 1746원 하던 상추(100g)는 2920원으로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일 먹을거리 장사를 해야 하는 외식업계는 비상이다.

김천에서 막창집을 운영 중인 박정호(47)씨는 “안 그래도 코로나19 탓에 손님이 줄어 걱정인데, 물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아 한숨만 절로 나온다. 메뉴판 가격은 올리지 못하는데…”라며 “식당 운영하기가 사상 최악으로 어려워 장사를 그만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쌈밥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상추 등 잎채소들은 날씨에 가장 취약해 무더위에 이파리가 쉽게 마르거나 짓무른다”며 “그렇다고 쌈채류를 뺄 수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숨지었다.

그러면서 “고육지책으로 쌈채 한 접시에 좀 덜 깔고 하긴 하는데…손님들이 밑반찬을 더 달라고 하면 부담으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포항 양학동에서 한식당을 하는 백모(54)씨는 “메뉴판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면 그나마 방문하던 손님들마저도 발길이 끊길 것 같아 당분간 본전치기라도 하면 다행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식자재 유통업체도 마찬가지다.

학교 급식 등에 공급하는 식자재 가격은 한 달 단위로 조정하지만,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B유통 관계자는 “한 달 전 영양사들이 조사한 금액에 따라 한 달 단위로 계약하는 데, 단기간에 가격이 크게 오르면 손해라도 납품할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대체할 수 있는 품목이라면 다행이지만, 양파·배추·감자 등은 대체품이 없으니…지금은 현상 유지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정부와 농협은 비축 물량과 계약재배 물량 등을 제때 방출해 농축산물 가격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추·무는 수급 상황에 따라 정부 비축물량과 농협 출하조절시설 비축물량 등을 탄력 방출한다. 필요 시 일일 방출량은 50∼100t이다.

애호박·오이·가지 등은 조기정식(심기)과 생산 회복을 지원하고, 농협계약재배 물량을 조기 출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장마로 가격이 급등한 시설채소는 대형마트 등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해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줄 예정이다.

농협은 전국 하나로마트 2300곳에서 ‘호우 피해 농산물 팔아주기’ 특별 할인 판매를 진행하고, 대형마트는 주요 엽채류를 구매할 경우 1만원 한도 내에서 20%를 할인해주는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 수급안정 비상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주요 채소류의 생육 상황과 주산지 동향, 방제 실적, 수급 상황 등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며 “농협, 지방자치단체 등과 장마 후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병충해 발생이 증가하는 것에 대비해 긴급 방제 작업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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