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동 한국전력 경북본부 예천지사 고객지원팀장.

얼마 전 강원도 삼척과 충북 청주에서 바나나 재배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봤다.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구나! 기후 문제가 심각하네’라고 생각하며 뉴스를 보던 중 문뜩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나나는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바나나를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한다면 추운 겨울에 난방을 유지하는 비용은 얼마나 들까?

바나나는 아열대성 기후에서 잘 자라는데 물을 계속 주고, 온도를 18도 이상 유지하면서 10~15개월을 재배해야 수확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아열대성 과일인 바나나를 추운 겨울에도 난방비 걱정 없이 재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전기요금 평균단가의 44% 수준으로 공급되는 농사용 전기이다.

한전에서는 1960년대부터 영세한 농어민들에게 값싼 전기를 지원하고, 농수산물 가격을 안정화 시켜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려고 농사용 전력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와는 다르게 바나나 시설하우스 재배 사례처럼 저렴한 전기요금을 이용한 ‘에너지 소비 왜곡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즉, 1차 에너지인 석유나 석탄으로 직접 난방을 하면 열전환 손실이 20%에 그치는데 비해,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생산된 2차 에너지인 전기로 난방을 하면 그 손실이 최대 62%가 늘어난다. 전기난방이 늘어날수록 국가적인 에너지자원 낭비가 커져 에너지 소비 왜곡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결국 환경 측면에서도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의 악영향이 발생한다. 계산해 보면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된 전기로 난방을 하면 석유 난방에 비해 2배 이상의 이산화탄소(CO2)를 발생시킨다. 우리는 우리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자연환경을 잠시 빌려서 쓰고 있다는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 후손들도 우리가 누리고 있는 푸른 숲과 맑은 공기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 100년 뒤의 지구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또는 조금 더 비용이 들더라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최근 10년간 전력수요 증가율은 점점 하락하고 있고, 금년도에도 코로나 19로 인해 산업용, 교육용 등 대부분의 전력사용량이 크게 줄고 있는 것과 달리, 농사용 전력사용량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늘고 있다. 계약전력 300㎾ 이상의 대규모 기업형 고객들의 수요가 20%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전에서는 에너지 소비구조 왜곡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수요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고효율 기기 사용을 장려하는 등 저탄소·고효율 구조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팜’ 등 농업부문에서도 보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규모 기업농 고객에 대한 혜택을 현실화하는 합리적인 요금제도 운영이다. 대규모 기업농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다른 계약종별에 대한 요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부문 전반에 대한 요금제도 개선을 통해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농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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