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천 경운대학교 초빙교수
한태천 경운대학교 초빙교수

방송 보도에 의하면,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54일간 최장기간의 장마(중부 지역)와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의 70%에 이르는 900mm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여의도 면적의 약 100배에 가까운 농경지와 약 5천여 채의 주택 침수가 있었고 35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되는 인명 피해를 남겼다. 피해액은 1조원을 넘기는 것 같다. 하루빨리 피해 복구가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 집이 무너지는 물난리를 겪었고, 마을이 집단이주하는 경험을 하였다. 당시 살고 있던 마을은 서에서 동으로 금호강 지천이 관통하고 있었고, 비가 많이 오면 하천 둑이 터질까 봐 마을 사람들이 노심초사하는 그런 마을이었다. 필자의 집은 마을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였고, 하천에서 불과 200m 거리에 있었으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큰 홍수에 대비하여 2중으로 흙담을 쌓아 놓은 상태였다. 1964년 여름 긴 장마가 이어지던 날 아침, 마을을 감싸고 있던 하천 둑이 강물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고 말았다. 이중으로 쌓은 흙담은 무용지물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간단한 물건만 챙겨 들고, 소를 몰고 뒷산으로 피신을 했다. 이 과정에 우리 집은 물에 휩쓸려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도 그 광경이 눈에 선하다.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홍수가 지나가고, 취약한 하천 둑은 사고 당시와 비교하면 거의 3배 이상 두껍고 높게 보강되었다. 정부 지원을 받아 마을 전체가 안전한 지대로 집단 이주하였다. 근본적인 원인이 제거되면서, 50년이 넘은 지금까지 유사한 형태의 홍수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비로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 제방과 남원시 금지면 금곡교 근처 제방, 구례읍 서지천의 제방이 터져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번 홍수 피해와 관련하여 정부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댐 관리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섬진강댐, 용담댐, 합천댐을 대상으로 홍수기에 댐을 적절히 운영하였는지 신속하게 조사하고, 피해지역 복구와 지역의 요구사항을 적극적 검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홍수는 있어 왔고, 그때마다 홍수 대비 보강책을 펼쳐왔지만 유사한 피해는 반복되고 있다. 이번 홍수 피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4대강 보 사업이 홍수 조절에 도움이 되었느냐 안 되었느냐는 것은 본 글의 초점이 아니다. 이번 장마기에 발생한 제방 터짐과 같은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한 보강에 만전을 기하자는 뜻이다. 필자는 치수에 대해 무지하다. 그러나 이번 장마기에 제방이 터진 3곳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함을 알 수 있다.

낙동강 합천창녕보 제방 붕괴 지점은 배수펌프가 있는 곳이다. 배수펌프가 있는 곳의 제방은 그렇지 않은 부분의 제방과 다른 5가지 정도의 특이점 있다. 첫째, 제방의 두께가 다른 곳보다 얇다. 배수펌프 설치를 위해 제방 안쪽과 바깥쪽에 시멘트 등의 구조물을 설치하였기 때문에 실제 제방의 두께는 다른 곳보다 얇다. 둘째, 여러 개의 대형 배수관이 제방을 가로질러 묻혀 있다. 셋째, 배수관 설치로 인하여 강질이 아닌 모래를 이용하여 제방을 쌓는다. 넷째, 이러한 특성상 내부 차수벽을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섯째, 강의 수압이 높아지면 배수관 등 인공구조물과 모래 사이에 틈이 생겨 파이핑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배수펌프 시설이 있는 곳은 다른 제방에 비해 높은 수압을 견디기 어렵다. 이번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제방 붕괴는 이러한 취약점을 가진 배수펌프 지역 제방이 불어난 물의 수압을 견디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국에는 수많은 배수펌프가 설치되어 있다. 배수펌프가 설치된 모든 제방 부분이 이와 같은 동일한 취약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유사한 붕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배수펌프가 있는 곳을 점검하여 제방의 두께를 늘려야 한다. 특성상 중앙 차수벽 설치가 어렵기 때문에 제방 외부에 토질 차수벽을 추가하여 다섯 가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배 이상의 두꺼운 제방을 만들어야 한다. 배수관을 지상으로 설치하면,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리고 남원시 금지면 섬진강 제방 붕괴의 원인은 강둑보다 낮은 금곡교가 원인이었다. 이러한 형태의 교량은 교량 계획고에 대한 규정이 지금처럼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았던 시절에 건설되었거나 교량이 설치된 상태에서 수해 방지를 위해 제방을 강화한 경우에 해당되는 듯하다. 이러한 형태의 교량은 홍수 때 수위가 높아지면 교량 자체가 물의 흐름을 방해하게 되고, 제방 안쪽에 설치된 교량 양쪽의 시설물 또한 물의 흐름을 방해한다. 그 결과 교량이 있는 낮은 지역을 통해 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제방의 후방이 무너지게 된다. 지금 전국에는 금곡교와 같은 형태로 건설된 다리가 무수히 많다. 정부는 조속히 이러한 형태의 교량을 파악하고, 유사한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례 서지천의 제방 터짐은 교량 아래의 낮은 제방으로 물이 흘러들어온 것이 주원인이었다. 교량 계획고를 높였다면 공사비용은 더 들었겠지만, 지금과 같은 홍수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방이 교량 아래로 내려가는 형태와는 조금 다르지만, 전국의 지천(枝川)에는 제방에서 강바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곳이 많다. 길이 난 부분의 제방은 대부분 주변 제방의 높이에 비해 낮다. 이 또한 금곡교나 서지천 제방과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정부는 전국 하천을 대상으로 3가지 형태의 취약점을 가진 곳을 찾아 즉각적인 보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정치권 역시 4대강 보와 홍수에 대한 정쟁보다는 피해지역 복구와 제방 보강책 강구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유실된 제방의 너비와 높이를 기존과 동일하게 복구해서는 반복적 붕괴나 범람을 막을 수가 없다. 취약점을 완전히 보강할 수 있는 정도의 강력한 보강책이 요구된다. 장마는 갔지만, 태풍의 계절이 오고 있다. 만약, 루사와 같은 강력한 태풍이 물 폭탄을 쏟아 붓는다면, 장마로 인해 약해진 제방은 곳곳에서 붕괴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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