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어지간한 시·군청에는 출입하는 기자 수가 100명을 훌쩍 넘는다. ‘출입기자’로 등록한 기자의 수가 이렇게 많다. 하기야 유튜버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까지 스스로 기자라고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조국사태가 터졌을 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조국 딸 표창장 조작’ 의혹과 관련,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통화를 한 뒤 “조 후보자를 도와달라고 제안한 적은 없다. 나도 ‘유튜브 언론인’이라 표창장 조작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취재한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온갖 잡동사니 매체의 얼치기들까지 설치다 보니 기자가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 조롱당하기도 한다. “기자가 지사(志士) 정신은 없고 ‘생계형’으로 전락했다”고도 한다. ‘적당히 타협해 고민하지 않고 받아쓰기 하며 밥벌이 한다’는 말이다. 1970년대 유신독재의 엄혹한 때에도 정론직필을 위해 기자들이 저항하며 ‘백지광고 투쟁’까지 벌인 것에 비하면 ‘생계형’이란 말을 들을 만도 하다.

광복절 75주년 기념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다” “안익태는 민족의 반역자” “백선엽은 사형감”이라는 이념 편향적 발언을 했다. 17일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애국가를 바꾸고, 친일 인사들을 국립묘지에서 파묘하자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좌파가 치를 떠는 유신(維新)시절 여당인 공화당의 당료를 지냈고, 전두환 5공(共) 정권의 민정당 조직국장 등 요직을 지냈다. 이런 이력을 가진 김 회장을 향해 야당은 “남을 비판하기 전에 자기 삶부터 돌아보라” 비판했다. 이에 대해 그는 “비록 ‘생계’이긴 했지만 거기에 제가 몸 담았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생계형’이라 변명했다.

혹시 김 회장이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됐을 때 일부 지사들이 유신이나 5공 시절 ‘생계형’으로 부역했다는 그의 행적을 들어 무덤을 파헤치자고 주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생계형’이란 말은 코로나19 때문에 무료급식소도 문을 닫아 계란 한판을 훔친 ‘코로나 장발장’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지 3선 국회의원까지 지낸 사람이 할 변명은 아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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