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주민들이 해변을 돌려 달라는 민원을 들어주는 척 해놓고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의 ‘화진훈련장 담장 철거’를 하겠다고 해놓고 군 당군이 ‘전투력 유지’를 위해 ‘경관형 펜스’를 둘러치겠다고 했다.

지난 12일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화진해수욕장의 한 부분을 흉물스럽게 가로막고 있던 철조망과 담을 철거하기 시작했는데 군이 당초 협의하지 않았던 펜스를 설치하려 하자 주민들이 다시 반발하고 있다.

송라면발전협의회에 따르면 담장 철거가 송라면 화진리 군 휴양소 개방의 시작에 불과한데 처음부터 주민과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민들은 향후 공유수면과 해변 군부대에서 불법 설치하고 있는 각종 시설물을 모두 철거한 후 화진해수욕장을 동해안 대표 명품해수욕장으로 만들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주민과 군의 마찰은 이곳 뿐 아니다. 해병대1사단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인근 주민들도 ‘사격훈련으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피해가 크다며 이전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수십 년 간 소음과 진동으로 정신적 재산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이 시작돼 엄청난 진동과 소음으로 전화조차 받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군은 주민들의 호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군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사명이라면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한 사람의 민원이라도 적극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북도가 최근 해안 경관을 해치고 출입 통제로 주민의 민원을 일으키는 군 경계철책을 철거한 후 ‘미포미행(美浦味行) 길’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런 의지를 밝힌 것은 국방부가 2021년까지 전국 해안에 설치된 군 철책과 사용하지 않는 초소 등 군사시설을 철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전국 해안과 강안의 철거 대상 철책의 길이가 284㎞나 된다. 경북은 울진군 4개 구간 7.1㎞다. 동해안 바닷가 절경 곳곳에는 흉물이 된 군사 시설들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동해안 해파랑길을 걷다 보면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 잡은 군사 시설들로 인해 길이 끊어지기 일쑤다. 일부 방호시설의 경우 사용하지 않아 잡초가 우거진 채 방치된 것들도 허다하다.

군 당국은 해안 철책을 걷어내는 것과 함께 이참에 해안에 인접한 군 부대는 물론 해안초소 등을 철저히 조사 점검해 해안 방어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 외에는 정비하고, 불여불급한 시설들은 철거한 후 해안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