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십칠 도의 아침
29억 톤짜리 악몽에서 깨어
서리꽃 핀 산을 바라본다
123미터도 부족한가
평생을 가둬놓기엔
자갈과 모래로 다진 530미터 벽 아래
여전히 얼지 않는 저 거대한 슬픔
강으로 흘리는 눈물 천 리를 가는데
후회로 묶여 흔들리는 배 한 척
이제는 알겠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평생을 돌아오지 못한다 해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

 

 

<감상> 강추위가 몰아쳐도 댐 안은 얼음만 두껍게 얼뿐, 얼음 아래 물은 절대로 얼지 않는다. 물이 자신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외피를 둘러치는 것이다. 슬픔도 제 온도를 유지하기에 얼지 않고 고요히 출렁이고 있다. 어찌 슬픔을 높이 123m, 길이 530m, 저수량 29억 톤으로 수치화할 수 있으랴. 슬픔은 보이지 않지만 말없이 천리를 흘러가 바다에 이른다. 바다에 이르러 외로운 섬으로 돋아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평생 돌아오지 못하는 수평선으로 남아 있어도 나의 슬픔은 더욱 견고해진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