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복 경북산악연맹회장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전염병의 광풍에 폭우를 동반한 장기간 장마와 연이은 폭염으로 만신창이가 된 일상에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으로 삼을 기사가 실렸다.

얼마 전(8월 12일) 강원도 인제군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린 제24회 만해대상 시상식에서 대구 계명대동산병원(병원장 서영성)과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실천대상부분 공동수상을 한 기사가 암담한 세상에 시원한 청량제처럼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다.

일제 강점기 암흑의 시대에 나라와 민족의 독립과 평화를 위해 일생을 바친 민족시인이며 독립운동가인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선생의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한 개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만해대상(평화, 실천, 문예 부문)의 수상자 중 계명대 동산병원과 산악인 엄홍길 대장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코로나 전염병으로 대구·경북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병원 전체를 코로나환자 전용치료시설로 전환하는 과감한 결정으로 민간병원 유일의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받아 코로나에 사활을 건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이 나라가 어려울 때 분연히 일어나 나라와 민족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몸소 실천해온 만해 한용운 선생의 정신을 되살려 전염병과의 사투에서 환자들을 살려낸 그 희생정신이 본받을 만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만해사상(萬海思想)을 더욱 값지게 살려낸 의료진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면서 실천대상을 공동 수상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공적 또한 우리가 높이 평가해야 할 만한 일이다. 산(山)이라는 공통의 목표와 신념으로 오랜 기간 필자와도 교류해온 엄 대장이 세계 산악사(史)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업적을 쌓은 대한민국 최고의 산악인이요 스포츠 영웅으로 평가받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히말라야 8천 m 고봉 16좌를 완등하기 위해 22년 동안 38번의 도전 끝에 성공한 유일무이한 산악인으로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전 세계 산악인들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도전의식을 고취시킨 ‘살아있는 전설’이 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16좌 완등 이후 히말라야가 살려(?) 보내준 보답으로 네팔 오지에 16개의 학교와 병원을 지어 고산지대의 어린이와 현지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11년째 네팔 오지 봉사를 하고 있는 엄홍길휴먼재단을 설립하여 ‘등반’이란 수직인생에서 ‘봉사’라는 수평인생을 살아가는 일에 매진하는 엄홍길 대장이 만해대상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어 감동적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에 ‘도전’이라는 한 목표에 모든 것을 걸어온 그의 길이 대견할 뿐만 아니라 산을 오르는 산악인을 넘어 인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지속적인 봉사와 헌신을 실천하는 자연인 엄홍길이 존경스럽다.

또한 8천m 16좌를 오르는 동안 많은 동료와 조력자들의 희생이 따랐으며 몇 차례의 죽음 직전까지 간 극한의 상황을 이겨낸 의지력과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제2의 인생인 봉사를 실천하고자 한 사람이다.

휴먼재단을 설립할 당시(2007년) 이번 만해대상 문예 부분 대상을 수상한 우리지역 출신(청송) 소설가 김주영 작가가 이사장으로 있던 파라다이스재단으로부터 특별공로상을 받았는데 그때 받은 상금을 바탕으로 설립할 수 있었다는 각별한 사연에 엄대장은 “복(福)중의 최고가 인연의 복(福)”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만해 선생의 시(詩) ‘님의 침묵(沈?)’에 숨어있는 사랑과 평화의 만해사상을 몸소 실천한 대구 동산병원과 히말라야의 신성한 기(氣)를 받아 휴먼리스트의 참된 봉사를 하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수상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인연(因緣)의 복(福)’이 우리에게도 하루빨리 내려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