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4할 타율은 타자들에겐 달성하기 어려운 꿈의 기록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1982년 백인천이 처음 4할을 달성한 후 아직 그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일본은 1936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단 한 명의 4할타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1941년을 마지막으로 4할타자가 종적을 감췄다. 영광스런 4할타자 타이틀은 보스턴레드삭스의 테드 윌리엄스가 보유하고 있다. 그는 19시즌을 뛰면서 통산 981개의 홈런 기록도 가지고 있다.

2차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입대를 두 번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룩한 기록이란 점에서 야구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고 있다. 사실 그는 노모를 부양해야 했기 때문에 한국전쟁에는 참전하지 않아도 됐다. 그럼에도 해병대로 참전해 전투기를 몰았다.

이처럼 두 번의 참전과 함께 자기 소신대로 거침없는 인생을 살았지만 흐르는 세월 앞엔 장사가 없었다.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았던 건장한 신체는 늙어서 심근병증을 앓게 돼 심박조율기를 삽입, 심장기능을 기계에 맡겨야 했다. 결국 플로리다의 한 병원에서 81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그는 죽기 전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 플로리다 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언장을 작성해 놓았다. 하지만 죽기 바로 직전 아들만 따로 불러 자신이 죽자마자 냉동 보관해 달라고 다시 유언장을 작성했다. 눈을 감는 순간에도 이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영원히 살고 싶은 영생의 욕망이 유언장을 바꿔치기 하게 했다.

이 세상엔 영원히 살고 싶은 욕망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해동할 날만 기다리며 동면을 취하고 있는 ‘영생마니아’가 적지 않다.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의 시신이 자신의 희망대로 동면하고 있는지 동사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냉동관을 통해 영생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냉동장’이 유행할 지도 모른다.

바지 지퍼 올리는 것을 잊어버렸다가 아예 지퍼 내리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지경이 돼도 인간은 더 살고 싶은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며 죽음을 맞는 ‘웰다잉(well dying)’이 아름다운 마무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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