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

지방자치단체가 법령 근거 없이 공공시설 운영과 관련한 보증금을 징수하거나, 과도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불합리하게 운용된 자치법규 2만여 건에 대해 정부가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2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불합리한 자치법규 정비방안’을 논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비방안은 상위 법령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주민에게 근거 없는 의무를 부과하는 지자체 조례·규칙을 정비하기 위해 추진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그동안 규제 혁신은 주로 중앙부처의 법령이나 공직자 행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중앙정부에서 법령을 정비한다 해도 지자체에서 자치법규에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경우 성과에 한계가 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국무조정실과 법제처, 행안부는 2017년부터 243개 지자체의 조례 7만9000개, 규칙 2만4000개를 대상으로 점검에 나섰다.

점검을 통해 불합리한 자치법규 2만여 건(조례 1만6000건, 규칙 4000건)을 발굴했으며 유형별로는 법령 위임범위 일탈(57%)이 가장 많았다. 이어 법령 개정사항 미반영(23%), 법령 미근거(20%) 등 순이었다.

내용별로는 불합리한 행정절차(58%), 영업·주민 생활의 지나친 제한(23%), 과도한 재정부담 부과(9%) 등으로 나타났다.

불합리한 자치법규의 대표 사례로는 보증금이나 과태료, 배상책임 등을 법령의 허용범위를 벗어나 부과한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지자체가 상인회와 전통시장 운영 계약을 맺을 때 법적 근거 없이 2개월 치 사용료를 미리 보증금으로 징수하도록 한 지자체 조례 등을 확인하고 부당한 예치 규정을 삭제하도록 했다.

또 지자체 시설물의 관리책임이 지자체장에게 있음에도 주민이 손해보험 가입과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한 사례, 산림보호법·옥외광고물법 위반 과태료를 법령에서 정한 금액보다 많이 부과하도록 한 사례도 있어 이를 법령 기준에 맞췄다.

공유재산 사용료·대부료 분할 납부 시 이자율을 잘못 적용한 지자체 조례에 대해서는 해당 규정을 은행 공시 이자율로 수정했다.

이 밖에 주민 자율기구 등 지자체의 관여나 감독이 필요 없는 사항에 대해 보고나 신고를 의무화하거나 인가를 받도록 규정한 경우 관련 규정을 삭제하고, 주민등록번호 수집 제한·호주제 폐지 등 변화한 정책을 반영하지 못한 민원서식에 대한 개선 작업도 이뤄졌다.

정부는 정비가 필요한 조례 1만6000여 건의 약 83%에 달하는 1만3000여 건에 대해 정비를 마친 상태다. 또 불합리한 규칙에 대해서는 다음 달부터 집중적으로 정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개선해야 할 조례·규칙이 신속히 정비될 수 있도록 지자체별 정비현황을 점검·평가하고 불합리한 자치법규가 제정되지 않도록 사전적 지원·관리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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