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인간은 가족 안에서 태어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가족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사회는 건강한 가족을 기반으로 하여 왕성하게 유지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은 혼인 관계의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된 집단을 가리킨다.

또한 오늘날 사회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면서 가족의 의미도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즉 유대감을 가지고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로 가족의 의미가 확대되었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 가족의 의미는 변화했지만 가족이 개인과 사회에 가지는 중요한 가치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가족은 과거에 비해 규모는 작아지고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다.

자녀가 결혼 후에도 부모와 같이 사는 확대 가족, 핵가족, 재혼 가족, 한부모 가족, 입양 가족, 독신 가족, 무자녀 가족, 직장이나 학업 등을 위해 떨어져 사는 분거 가족, 다문화 가족 등이 그것이다.

요즘 여성들은 좀처럼 어머니가 되지 않으려고 하고, 남성들도 아버지로 진화하지 않으려고 하며, 아이들도 자식으로 진군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이 있다.

가족이 공동체를 앞세우기보다는 제각각 뿔뿔이 흩어져 제 것만 찾으려 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런 극단적 이기주의는 ‘무늬만 가족’을 양산시킨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가족 구성원들이 등교, 출근 등의 외부 활동이 억제되면서 가정이란 제한된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며 생활하는 동안 가족의 기능과 소중함을 체득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쌀은 밥솥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쌀이다.

취사 버튼을 누르거나 아궁이에 불을 지핀 이후에는 더 이상 쌀이 아니다.

쌀과 밥의 중간쯤에 있다가 뜸을 들이고 나면 완전히 밥이 되어 나오는 것이 쌀의 놀라운 변신이다.

쌀은 그렇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늘 일깨워 준다.

쌀이 밥이 되는 것, 그것은 가족들이 함께 밥을 먹기 때문만은 아니다. 쌀은 밥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온전하게 하나였다.

그러나 밥이 되었을 때 한톨 한톨의 쌀은 이제 덩어리가 되어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단지 물을 붓고 뜨겁게 해주었을 뿐인데 그들 스스로 어두운 밥솥 안에서 어떻게 가족이 되는가를 깨달은 것이다.

가족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서로 끈끈하게 붙어 있는 것, 어둠 속에서도 함께 있고, 밝음 속에서도 함께 하는 것이 가족이다.

그러고 보면 밥 한 톨 흘리지 못하게 야단치시던 부모님의 깊은 뜻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 법하다.

밥 한톨 흘리는 것은 가족을 떼어놓는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었고, 남의 가족도 소중한 줄 알아야 내 가족 소중한 것을 알게 된다는 얘기였을 것이다.

밥솥을 탓하지 말고, 쌀의 품종을 탓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 모두 우리의 가족이다.

우리는 동거인이 아닌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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