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규 중부대 교수

‘한지붕 세 가족’ 형태의 자치경찰제 도입안이 발표되었다. 하나의 경찰조직 아래에 경찰사무만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로 구분하는 이른바 일원적 모델이다. 현장 경찰관들이 반발하는 등 처음 들어보는 자치경찰제에 논란이 뜨겁다. 어느새 2개(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쪼개는 홍익표 의원의 이원화 모델에 익숙해진 탓일까? 아마도 논의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제는 중앙집권화된 국가경찰의 경직성으로 인해 지역별로 다른 치안수요에 관계없이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경찰활동의 폐해를 극복해보자는데 그 취지가 있다. 그리하여 지역별로 다른 자치경찰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경찰활동으로 경찰이 원하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는 자치경찰제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다만 어떠한 형태이든 현재의 치안에는 문제가 없어야 한다. 이 점에서 홍익표 의원의 이원화 모델은 ‘치안공백’이라는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경찰조직과 인력의 약 40%를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자치분권위원회의 도입안이 홍익표 의원안으로 가는 과정에서, 경찰조직을 현행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국가경찰의 사심이 개입되어, 원안이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국가경찰을 자치경찰로 전환하지 않음으로써 경찰의 총량이 오히려 약 40% 확대되는 것이어서, 경찰조직 분산을 원치 않는 국가경찰에게는 ‘최선의 방어’였던 셈이다. 그러나 치안공백을 외면할 정도로 간 큰 정부는 없다. 일원적 자치경찰제 모델이 탄생한 이유다.

현장 경찰관들은 경찰직장협의회 설립을 계기로 일원적 자치경찰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치경찰 사무를 직접 수행해야 할 직접 이해당사자인 현장 경찰관들을 논의과정에서 배제한 것은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됐다.

그럼에도 내가 현장 경찰관이라면, 일원적 자치경찰제를 현장 경찰관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 개선, 근무여건 및 조직문화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우선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시도자치경찰위원 추천위원회에 경찰직장협의회에서 대표로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자치경찰의 사무를 법률에 일일이 열거하는 것보다 시도지사와의 협약으로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는 한도 내에서 자치경찰의 사무를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자체의 사무까지 떠안게 될 것을 우려하기에 앞서, 자치경찰제로 인력과 예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실 현행 국가경찰제에서는 인력과 예산 지원 없이도 군말 없이 ‘국민 안전’에 관한 모든 일을 수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일원적 자치경찰제는 자치경찰제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모델이다. 그러나 진정한 자치경찰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과도기적 모델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자치경찰제적 요소도 가지고 있다. 자치경찰사무 수행에 필요한 시도지사의 예산 수립권은 그 대표적 예다. 시도의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과거 일부 지자체에서 자치경찰과의 협업사업으로 쓰레기 투기, 동물사체 수거 등을 제시한 것도 경찰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다. 과도기적 시간을 통해 경찰이 어떤 역할을 하고, 치안현장의 어려움과 거기서 경찰관들이 겪는 애로는 무엇인지, 경찰과 지방행정을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는지 등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경찰도 시도의 지방행정공무원을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뇌물비리의 대상이 아니라, 치안행정과 지방행정을 연계하기 위한 파트너로서. 그래야만 경찰과 지방행정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