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었다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꺼비 한 마리가 맞은편으로 어기적뻐기적 기어가고 있었다
연신 엉덩이를 들석거리며 기어가고 있었다. 차량들은 적당한
시속으로 달리고 있었다
수없는 차량 밑을 무사 돌파해 가고 있으므로 재미있게 보였다

………

대형 연탄차 바퀴에 깔리는 순간의 확산(擴散) 소리가 아스팔트
길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비는 더욱 쏟아지고 있었다
무교동에 가서 소주 한잔과 설렁탕이 먹고 싶었다


<감상> 처음엔 두꺼비 한 마리가 차량들 속을 돌파해 가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다. 결국 두꺼비가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 소리는 시인에게 너무나 크게 들렸을 것이다. 차에 치여 깔려죽는 역사(轢死) 소리가 아스팔트길을 진동시킬 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저 두꺼비의 모습이 바로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자본과 사회 속에서 함께 굴러가기 위해서는 속도에 뒤쳐지면 안 된다.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온갖 치욕과 배신감과 허탈감 속에 휩싸이고 말 것이다. 허기지고 욕된 자신을 달래기 위해선가, 비오는 날에는 소주와 국밥이 먹고 싶어진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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