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통구미에서 특이한 생물이 확인됐다.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왕관해마’다. 사실 울릉도 왕관해마는 10여 년 전에도 발견됐는데 당시에는 별 관심이 없어 일반적인 해마의 발견 정도로 여겼다.

해마는 ‘잘피’라는 바다 정화식물이 있는 곳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이번에 울릉도의 것도 잘피 숲에서 발견됐다. 연안의 얕은 수초대에 분포하는 해마는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해서 각국이 연안 생태계 보전을 위한 깃대종으로 삼고 있다. 해마가 발견된 울릉도 통구미의 바다 생태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해마는 말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다 해마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마차를 끄는 동물로 묘사되지만 몸 길이가 8cm 내외에 불과하다. 해마는 실고기과의 물고기라지만 다른 고기와는 판이하다. 대부분 물고기가 가지고 있는 이가 없다. 긴 관처럼 생긴 주둥이로 플랑크톤 같은 먹이를 물과 함께 빨아들인다. 비늘 대신 갑옷 같은 골질판(骨質板)으로 몸이 싸여 있어서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짝짓기를 한 뒤 암컷이 수컷의 배에 있는 보육랑(保育囊)에 알을 낳는 ‘수컷 임신’이란 점이다. 수컷은 수정된 알을 돌보고 부화시킬 뿐 아니라 태어난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 뱃속에서 키우기까지 한다. 연구자들은 해마가 한반도 남부와 중부 일부에 공룡이 살았을 때인 중생대 백악기 약 1억 년 전에 나타나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해마는 여성의 임신과 남자의 정력에 좋다는 소문에 불법거래가 성행했다. 중국에서는 연간 2000만 마리가 거래된다고 한다. 이 같은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몰려 2004년부터 국제거래가 금지됐고,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됐다. 해마는 특이한 모양 때문에 관상용으로 키우기도 한다. 세계적으로는 46종이 확인됐고, 우리나라에는 가시해마, 복해마, 산호해마 등 8종의 해마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머리 위에 왕관을 쓴 것 같은 울릉도 ‘왕관해마’의 발견을 계기로 생태 연구와 해양생물 보호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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