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일 강릉원주대 교수·이상헌 부산대 교수 연구팀 원인 규명

포항시 남구 구룡포수협 활어위판장에서 어민들이 오징어를 상자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경북일보DB
동해를 대표하는 특산물 오징어가 최근 수 년 새 서·남해로 대거 이동한 것은 ‘수온 상승으로 인한 먹이사슬 변화’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수부 ‘장기해양생태계 연구’에 참여한 이충일 강릉원주대 교수와 이상헌 부산대 교수 연구팀은 수온 상승에 따른 바닷속 플랑크톤 종(種) 변화를 밝혀냈다.

연구팀이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관측된 동해 온도를 분석한 결과, 2000년대 연평균 표층 수온이 20여 년 전인 1980년대보다 약 0.65℃ 상승했다.

바다 표층 온도가 올라가면 해수 밀도가 낮아져서 밀도가 높은 저층 해수와 잘 섞이지 않는 ‘혼합 약화’ 현상이 나타난다.

밀도가 낮은 기름이 밀도가 높은 물 위에 떠 있게 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혼합 약화 현상은 식물 플랑크톤에 대해 대형 종보다 소형 종이 더 많이 번식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연구팀은 “이는 바다 저층으로부터 식물플랑크톤 성장에 필요한 중요 영양염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인데, 이런 환경 조건에서는 작은 식물플랑크톤의 성장이 큰 식물플랑크톤에 비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식물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동물플랑크톤 크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결국 오징어가 양질 동물플랑크톤을 찾아 여름에는 서해로, 겨울에는 남해로 이동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오징어 서식지 적합지수 산출 결과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였다”면서 “여름철에 서해 적합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겨울철에는 남해 적합 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해수부 관계자는 “그동안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에 영향에 관한 연구는 수온 상승 등 해양 물리적 환경변화를 중심으로 연구됐지만, 이번 연구는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 변화에 관한 연구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 연구를 위한 해역을 확대해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해양생태계 모델 개발과 적용을 통해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적응전략을 수립·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미국 하구·연안학회 발행 국제 저명 학술지 ‘하구와 연안’(Estuaries and Coasts) 5월호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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