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지 국민건강보험공단 포항남부지사 주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때문에 오는 9월로 예정됐던 결혼식이 2021년으로 연기되면서 시국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결혼식장에서 부모님이나 가족, 하객들이 감염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내린 결정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노출된 지금, 내수시장 침체와 동시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경제 위기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개인의 건강을 보장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국가 경제를 다시 활성화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지속가능개발보고서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 방역이 OECD 국가 33곳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성숙한 국민의식과 의료진의 노력과 함께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KBS에서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 인식 조사’를 보면 ‘건강보험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87.7%가 나왔고, 한국리서치 설문조사에서는 ‘적정수준 보험료는 부담할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 87%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민 스스로가 성실히 납부한 보험료의 가치를 체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적정수준 보험료’는 어느 정도의 보험료를 말하는 것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재정 확충을 위해 건강보험료 인상을 계획하는 가운데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로 경영계와 자영업자들은 보험료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국민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이런 상황에서도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코로나 대응에 많은 재정이 지출됐으며 유사한 국가재난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금이 필요하다.

건보재정에서 코로나 환자 1만 명을 치료하는데 들어간 진료비만 약 489억 원으로 추정되며 최근 확진자가 1만4000여명을 넘어서면서 발생한 진단·치료비도 2000억 원을 넘었다.

또 위기를 겪는 의료기관들에 약 2조5333억 원의 진료비를 선 지급함으로써 의료 인프라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했다.

앞으로 2차 유행 또는 다른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서 추가 재원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재정운영은 필수다.

둘째,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저소득지원 및 보험료경감을 지원했다.

코로나 경감으로 특별재난지역 건강보험료 하위 50% 이하 또 그 외 지역 하위 20% 이하 가입자는 3개월간 50%를, 그 외 지역 하위 20∼40% 가입자는 3개월간 30%의 보험료 감면혜택을 받았다. 기존에 다른 경감을 받는 경우라도 추가로 코로나 경감을 적용해 실질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보완코자 했다.

직장인의 경우 매해 4월에 발생하는 연말정산 정산보험료를 10회까지 분할 해 납부 부담을 줄였다.

올해 건보재정은 감염병 대응으로 적잖은 지출이 발생한 가운데 보험료 경감 등의 지원으로 오히려 보험료 수입이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만큼 국민건강을 위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셋째, 의료수가 인상에 대응하고 보장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의료서비스의 대가로 건보공단이 지불해야 할 ‘2021년 의료수가’가 평균 1.99% 인상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추가 소요재정은 941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 재정은 주로 국민 의료비로 쓰이는데 수가의 인상은 더 많은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급증한 환자들과 수가 상승으로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동결·인하해 수입을 줄이는 것은 어느 때보다 보장성을 강조하는 현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약 63.8%로 외국의 3분의 1 수준의 보험료 부담을 감안하면 비용 대비 효율적인 제도지만, OECD국가 평균 보장률 80%대 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여전히 보장률 확대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보험료를 낮추면 단기적으로는 당장 납부해야 할 금액은 줄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보장률이 떨어져 과도한 본인부담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사회비용으로 이어진다.

코로나를 겪은 대한민국은 이제 적정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사회안전망으로서 건강보험제도를 굳건하게 다져야 할 차례다. 피보험자인 ‘나’는 성실히 납부한 보험료가 나와 내 가족, 우리나라를 지켜준다는 믿음을 갖고 보험자인 ‘건보공단’은 국민의 신뢰에 감사하고 국민의 평생건강과 행복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남게 될 결혼식에 모두가 걱정 없이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으며 마음껏 축하해 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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