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감상> 속도의 힘에서 밀려나면 우리는 불안하다. 늘 불안하기 때문에 질주할 수밖에 없다. 질주하는 이유도 모른 채 너무 바쁘게 산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데도 바쁘다고만 한다. “생명의 구심력은 정지의 힘.”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멈추려고 힘껏 노력하지 않는다면 멈출 수가 없다. 이미 속도의 힘이 우리의 몸에 새겨져 있어, 세우고 멈추려는 노력이 극도로 필요한 시기다. 무엇이 되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감추지 않고, 중심과 변방을, 좌와 우를, 안과 밖을 경계 지우며 나를 가둔다. 멈추려고 노력하지 않으므로 남의 생명을 살릴 수 없고, 종국에는 자신마저 파국으로 몰고 간다. 씨앗이 땅속에 정지하여 스스로 썩어야만 꽃을 피울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꽃이 떨어지는 시간이 몸에 새겨지지 않겠는가.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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