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항부배(扼亢拊背). ‘목을 틀어쥐고 등을 친다’는 이 성어는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천하를 통일한 한고조 유방은 한왕조의 도읍지 선정을 놓고 고민했다. 가능하면 고향이 가까운 낙양을 도읍지로 정하고 싶었다. 이 때 유경이란 신하가 유방에게 진언했다.

“폐하께서 관중으로 돌아가 그 곳을 도읍지로 삼는다면 혹시 산동이 어려워져도 최소한 진의 옛 땅만은 안전하게 보유할 수 있습니다. 남과 싸울 때 상대방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그의 등을 내려치는 ‘액항부배’를 하지 않으면 완전히 이길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 관중으로 들어가 도읍을 정하고 진나라 옛 땅을 쥐신다면 그것은 천하의 목덜미를 움켜잡고 그 등을 치는 것과 같습니다.”

유방은 다른 신하들에게 유경의 진언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었다. 신하들 대부분이 동쪽 출신으로 낙양을 주장했다. 유방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장량에게 의견을 물었다. 장량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유경의 말대로 관중이 좋다고 했다. 유방은 지체 없이 그날로 수레를 몰아 관중에 도읍을 정했다. 그곳이 바로 장안, 지금의 서안이다. 유경은 원래 성이 누씨로 누경으로 불려 졌지만 이 일로 유방으로부터 황제와 같은 유(劉)씨 성을 하사받아 유경으로 불려 졌다.

어느 시대 어디서나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의 핵심을 파악, 신속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일의 성패는 유경이 강조한 ‘액항부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때가 오면 즉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때를 놓치면 영영 기회를 얻지 못한다(時至卽爲 過則去)” 관자의 말이다. 관자는 “무릇 군주는 우유부단하면 백성을 지킬 수 없고, 게으르면 일을 이룰 수 없다”고도 했다.

불원복(不遠復). 주역에 있는 말이다. ‘첫 마음을 떠올려 빨리 되돌아 오다’는 뜻으로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오면 후회가 없으니 으뜸으로 길하다’ 했다. 옮음에서 벗어날 때 더 멀리 가지 않고 즉시 되돌아와야 후회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긋난 것임을 알면서 고집을 부리면 일은 일대로 망가질 뿐이다. 이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액항부배’와 ‘불원복’이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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