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소장가 손창근씨 "심사숙고 끝에 내어놓았다"

추가 김정희의 ‘세한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간결하면서도 확고한 의사 전달의 한 문장. 이로써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한 우리나라 국가지정문화재 국보 제180호 세한도가 국가 소유가 된다.

이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금전으로는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는 무가지보, ‘김정희필 세한도’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창근 선생의 ‘세한도’ 기증 의사는 2018년 11월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202건 304점 기증’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로써 손창근 선생이 2005년부터 두 번에 걸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한 203건 305점의 문화재 전체를 기증하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손창근 선생의 기증 의사를 존중해 ‘세한도’ 기증과 관련된 모든 제반 업무 절차를 진행 중이며, 공식적으로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세한도’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국민 모두가 세한도의 의미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올 11월에 세한도를 공개하는 특별전시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세한도’는 조선 후기 올곧은 선비 정신이 오롯이 담겨있는 최고의 문인화의 걸작이다. 유배시절 추사 김정희가 59세 때 그렸던 것으로 당시 추사가 처한 물리적, 정신적 고달픔과 메마름을 건조한 먹과 거친 필선으로 사실적인 표현으로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에서 서화일치의 경지를 보여준다. 상당히 고된 유배생활을 근근이 버티던 그에게 ‘세한도’ 속 소나무는 인간으로서 힘든 시간을 견디어내는 추사 본인이었으며, 잣나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썼을 선비정신, 그 기개를 동시에 상징하는 듯하다.

제주도에서 유배 중이던 스승 추사를 위해 그의 제자였던 역관 이상적은 새롭게 들어온 중국의 문물 자료를 모아 스승에게 보내주는데, 이를 고맙게 여긴 김정희가 소나무와 잣나무를 그려 선물한 것이 바로 ‘세한도’이다. 이 선물을 받은 제자는 이를 청나라 문인 16인에게 선보여 그 작품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의 글을 받아 남겼다. 그리고 그 외에도 오세창, 이시영 등 여러 주요 인물들의 글이 함께 남아있어 세한도를 통해 그 정신을 본받고자 했던 그 마음과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세한도, 김준학 반증위 풍계분 등
세한도 ‘완당세한도’.
세한도, 조무견 등
손창근 선생은 그동안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연구기금 1억 원 기부, 2012년 경기도 용인 소재 200만 평 산림 국가 기부(2012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2017년 KAIST 건물 및 연구기금 총 51억 원 기부 등 끊임없는 기부 활동으로 사회 공익에 이바지해왔다. 2代에 걸쳐 수집한 문화재와 사재를 국가와 교육기관에 기증하며 그동안 보여준 고 손세기·손창근 선생의 그 큰 뜻이 ‘세한도’를 통해 다시 한번 밝게 빛난다.

평소 근검절약해 수집한 문화재들을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 없이 기증하겠다는 손창근 선생의 결단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온전히 지켜내고 우리 모두의 후손에게 다시 돌려주는 소임을 다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된다. 애지중지 아끼던 ‘세한도’도 결국 당신의 것이 아닌, 국민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강건한 마음. 유배지에서 고독에 지쳐가면서도 정신적 고달픔을 꿋꿋이 견디며 선비정신을 잃지 않던 김정희의 강인한 마음. 묘하게 닮은 이 두 마음이 코로나19로 지쳐가는 국민 모두의 가슴 속에 따뜻한 위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희가 시작해 이상적 그리고 중국과 우리의 여러 문인들을 거쳐 손창근 선생에게 한동안 머물렀던 ‘세한도’의 긴 여정이 드디어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새롭게 시작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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