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12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 展

류재학(2013년작)-무심변.

‘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展이 9월 2일부터 12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호반-작품 전시, 멀티-영상 및 아카이브 전시)에서 열린다.

이 전시에는 초대작가 천수(千樹)노상동, 문강(文綱)류재학, 일사(一思)석용진, 석경(石鏡)이원동 선생의 작품을 전시한다. 초대작가 4인은 대구·경북에 거처를 두고 40여 년 이상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쳐온 현대서예가 1세대들이다.

이들 작가들은 서체와 화풍이 서로 다르고 세계관도 다르지만 서예의 본령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통서예가가 서법의 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한다면 현대서예가는 개성 넘치는 필묵으로 독창적인 조형성을 개척한 부류이다. 수성아트피아가 기획한 ‘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 展에 초대된 작가 4인은 후자에 속한다.
 

문강 류재학 작

초대작가 4인은 대구·경북지역에서 나고 자라서 이 지역을 활동의 중심 무대로 끊임없이 작업을 지속해 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국 유교문화의 산실과도 같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서예는 유교의 정신성을 담보로 여전히 그 유전인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교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대구·경북의 독특한 지역성에 전통서예정신을 버무려서 외형의 옷을 갈아입힌 초대작가 4인은 무엇보다 작업의 출발점이 ‘서예’라는 것이 주지할 만한 사실이다. 특히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25회 이상의 개인전(천수-38회, 문강-26회, 석경-27회, 일사-49회)을 개최했다는 점은 서예 분야를 넘어 미술계에서도 드문 이력이다.

초대작가 4인의 작품은 전통적인 제작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탈 장르화 된 현대미술의 시대에 서예가 나아갈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한다.

그 흔적들은 다수의 개인전에 버금가는 100여 회 이상의 단체전에서도 확인된다. 이들 초대작가들은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포진한 시대기류에 편승하기보다 인간(성) 완성이라는 서예정신을 계승하면서 꾸준히 형식의 파격을 시도해 왔다.
 

석경 이원동 작, 201001

서예의 본질을 기반으로 회화와의 접점을 모색하는가 하면 실험적인 조형언어로 동면기에 든 한국 서예계의 후학과 후진들에게(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먹(墨)의 농담에는 느림의 미학뿐만 아니라 속도감이 담보된다. 붓의 완급은 깊고 아득한 현(玄)의 세계를 펼쳐낸다. 이러한 서예의 본령이 탈장르화 된 현대미술의 동향을 주시하는 것은 침체된 서예계의 분발을 위한 행보이다. 현재는 코로나19도 서예정신의 부활을 부추긴다. 언어나 문자로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정신성을 바탕에 둔 문자(문장-내용)가 부각된 서예야말로 사유예술의 선두로 손색이 없다.

우리에게 엄청난 곡절을 경험하게 한 코로나19는 정치와 경제만이 아니라 예술계에도 새바람을 몰고 왔다. 자가 격리는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지침으로 자리했을 뿐만 아니라 화두를 던진다. 서예가들에게는 코로나19가 출현하기 이전부터 자가 격리는 일상화돼 왔었다. 이번 기획전에 초대된 작가 4인도 확고한 의지로 자발적 자가 격리를 실천해 왔다. 오랜 세월 동안 절차탁마와 인격도야가 전제된 칩거는 작품 제작을 위한 자발적 선택이었다. 세를 과시하는 협회에는 적극적으로 몸담지 않고 독자적 행보를 걸으면서도 뚜렷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단단하게 작품세계를 다지고 지향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 서예 정신이 토대 됐다. 정신성을 으뜸에 둔 서예의 지향점은 인격의 완성 또는 자기완성이다.
 

석경 이원동 작 201426

20세기에 들면서 사회구조는 급변했다. 사회구조변화는 한국서예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혁신적인 필기도구의 출현에 따른 모필 문화의 쇠퇴가 그 첫 번째 이유이다. 전통 관료사회의 몰락으로 인한 서예주도계층의 입지 상실이 두 번째 이유로 꼽힌다. 한국의 서예문화는 조선시대 유교문화 아래서 학문과 맥을 같이하면서 양성돼왔다. 조선시대에는 영남문화가 경기지역의 기호학파와 쌍벽을 이뤘다. 대구·경북지역은 영남문화의 심장부에서 한국정신문화의 근간을 지켜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나가고 나면 예술계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할 것 같다. 서예정신이 중요한 이슈가 되지 않을까 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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