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 연구위원
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 연구위원

정부는 최근 한국판 뉴딜 후속조치로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활용 중소ㆍ벤처기업 디지털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2021년까지 16만개 중소ㆍ벤처기업에 화상회의, 재택근무 등 비대면 서비스를 지원해 원격근무를 확산한다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지원사업은 중소·벤처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화상회의, 재택근무 등의 비대면 서비스와 비대면 제도 도입을 위한 인사ㆍ노무ㆍ보안 컨설팅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로 기업당 최대 400만원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75.0%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신규도입 또는 확대하였고, 그 중 과반인 51.1%는 코로나19가 진정되어도 유연근무제를 지속ㆍ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ㆍ유연근무제는 코로나가 노동시장에 미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이며, 이와 같은 일하는 방식 변화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등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가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은 부동산 임대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발표한 올해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을 보면, 오피스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 확대로 신규임차수요가 감소하여 전분기 대비 공실률이 증가하였고, 임대료와 투자수익률도 하락하였다.

코로나가 몰고 온 오피스 수요 감소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뉴욕과 런던, 도쿄 등에서도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로 공실률이 높아지고 상업용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특히 도쿄의 경우, 시부야(渋谷)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규모 오피스 빌딩 개발 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시부야는 쾌적하고 더 나은 근무환경을 원하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매우 인기 있는 지역으로 이러한 기업들의 오피스 이전수요가 꾸준히 증가해온 곳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으로 수요는 급격히 줄고,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오피스를 해약하는 사례까지 늘어나고 있다. 스타트업을 비롯한 의사결정이 빠르며 재택근무, 원격근무가 용이한 소규모 기업부터 시부야를 떠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에서도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있으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는 전체 취업자의 약 25%에 불과하다. 재택근무가 어렵고 대면접촉 정도가 높아 감염병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일자리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숙박ㆍ음식, 매장판매 등 대면접촉이 많은 일자리는 재택근무가 곤란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조치 등이 내려질 경우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렵게 된다. 이러한 점 또한 상업용부동산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역경기 침체, 소비심리 위축 및 매출 하락으로 인한 자영업자 감소와 폐업 증가로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경북의 경우 구미산업단지 상권에서 산단 가동률 감소로 인한 경기침체와 유동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시부야는 100년에 한 번이라고 불릴 만큼 큰 규모의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오피스 수요도 급증했던 지역이었으나 코로나 이후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구글 일본법인 이전 등으로 일본의 실리콘밸리로 변모해오던 지역인 만큼 코로나가 가져온 상처는 클 것이다. 코로나가 상업용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역의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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