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돼지고기만 흘으면 몬사는 사람들이 좀 살기가 나을낀데…” ‘오징어와 돼지고기 값만 싸면 가난한 사람들도 좀 살아가기가 쉬울 것’이라는 죽도시장 입구에서 음식점을 하는 아주머니의 말이었다.

아주머니의 말처럼 오징어는 명태와 함께 우리 식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수산물이다. 신선한 오징어 회는 단맛이 나는 데다 부드러워서 남녀노소가 다 좋아한다. 오징어를 대나무 채반 위에 통째로 올려 쪄낸 오징어순대도 별미다. 순대라고 해서 내장을 다 빼내고 속을 채운 것이 아니라 먹물은 물론 내장까지 그대로 쪄낸 것인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해물파전엔 꼭 오징어가 들어가야 하고, 무를 썰어 넣고 끓인 오징어 맑은탕은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오징어의 주산지는 울릉도 인근의 동해바다다. 지난 6월 동해에 오징어가 돌아왔다고 호들갑이었다. 그간 동해 오징어가 귀해지면서 ‘금징어’라 불렀는데 ‘오징어’라는 제 이름을 찾았다고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6월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이 4908t이었다. 지난해 보다 8배, 2년 전보다 5배 이상 많은 양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깐, 반짝 풍어에 그치고 말았다.

‘동해 오징어’란 말이 무색하게 최근 몇 년 사이에 오징어가 서해와 남해에서 주로 잡힌다. 해양수산부의 장기해양생태계 연구에 참여한 이충일 강릉대 교수와 이상헌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수온의 상승으로 인한 바닷속 플랑크톤의 종(種) 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보다 심각한 것은 동해 오징어의 남획이다. 국제 비영리민간단체인 ‘글로벌어업감시(GFW)’가 인공지능(AI)과 여러 위성자료를 분석해 보았더니 동해에서 오징어가 사라진 것은 1600여 척에 이르는 중국 ‘검은 선단’의 불법 어획이 주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징어 황금어장인 한반도 동해 북측 수역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이뤄지면서 오징어 씨가 마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어선은 2017년과 2018년 2년 동안 이 지역에서 오징어 16만t, 5200억 원 어치를 싹쓸이 했다. 이 때문에 2003년 이후 동해 오징어 어획량이 80% 가량 줄었다. 수온변화보다 중국 ‘검은 선단’이 더 문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