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15세기부터 의회 소관 업무에 대한 조사 내용과 통계 등을 기록한 연례보고서를 간행했다. 표지가 푸른색 벨벳으로 돼 있어서 ‘청서(blue book)’이라 부른다. 17세기 무렵부터 ‘백서’가 만들어졌다. 의회 보고서인 청서와 달리 정부가 연례보고서를 내면서 표지를 흰색으로 해서 ‘백서(white paper)’라 불렀다.

이후 공적 기관이나 사회적 합의 조직 등의 실태 조사나 분석, 사회적으로 영향이 큰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기록한 보고서도 ‘백서’란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청서나 백서는 어떤 사안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특징이다. 청서나 백서를 내는 것은 과오나 불행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국내에서 ‘백서’와 ‘흑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조국백서추진위원회가 3억 원을 들여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냈다. 백서의 집필에는 조국 사태를 우호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 백서와 상반되는 시각의 진보 성향 인사들이 조국 사태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전반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룬 조국 흑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발행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 서민 교수 등이 집필했다.

조국 백서와 조국 흑서는 다룬 내용은 같지만 집필 동기나 시각이 판이하다.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돈이 들어간 사모펀드의 성격이나 조국 딸 입시비리 의혹, 조국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조국 백서가 펀드운영 ‘코링크PE와 조국이 무관하다’고 한 반면 조국 흑서는 ‘코링크PE는 조국 돈으로 세워진 회사’라고 했다. 또 백서엔 조국 딸 입시 부정 의혹과 관련, ‘조국 딸 입시 불공평은 한국 사회 제도가 만든 것’이라 한 반면 흑서는 ‘교육 통해 학벌과 지위를 세습하기 위한 몸부림’이라 평가했다. 흑과 백으로 양분된 세태를 잘 보여준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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