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구지역 병원 대다수 문 열어 의료 차질 발생 미미
대구의사회 "27일부터 의원급 의료기관 등 파업 동참 늘 것"

26일 오전 10시 16분께 대구 달서구 진천동 한 소아과에서 진료를 보러온 30대 여성과 남자아이가 휴진 안내문을 읽고 있다.이날 전공의에 이어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본격 파업에 돌입했지만, 대구지역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중 10% 정도만 파업에 동참해 우려하던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가 많이 아파서 왔는데 헛걸음만 했네요.”

26일 오전 10시 16분께 대구 달서구 진천동 한 소아과에서 30대로 보이는 여성은 남자아이 손을 붙잡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굳게 닫긴 병원 유리문 앞에서 그는 “휴진한다는 안내나 별도 문자 메시지는 받지 못했다”며 “급할 때면 늘 다니는 병원을 믿고 찾는 게 환자 보호자 심리인데 이렇게 휴가 갔다고 써놓으니 마음이 좀 그렇다”고 했다.

반면 달서구 유천동의 한 내과는 이른 아침부터 진료가 계속 중이었다.

내과 간호사는 “오전 대기 손님이 평소보다 10∼20% 정도 더 많은 것 같다”며 “당장에 급히 아프지 않아도 앞으로 장기적으로 파업에 들어간다고 하니 미리 정기 진료를 당겨 받는 환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에 이어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본격 파업에 돌입한 이 날 대구지역 의원급 의료기관은 대다수가 문을 열어 큰 의료 차질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에 따르면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1867곳 가운데 약 10% 정도만 이번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대구지역에서 의원급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 환자와 보호자들의 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은 점차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김성령(33·여)씨는 “소아과의 경우 동네마다 유명한 병원이 있다”며 “이번 의료파업이 길어져서 혹시나 아이가 다니던 병원이 휴진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시의사회는 27일부터는 더 많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파업이 동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는 “현재 내일부터는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파업이 장기화 된다면 오전 진료만 보는 등의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에서도 의료계 파업으로 인한 의료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지역 의원급 의료기관 1263곳 중 휴진신고를 마친 의료기관은 26일 180곳으로 14.3%에 머물렀다.

남은 파업 기간인 27일과 28일 또한 휴진에 들어가는 동네의원은 각각 120곳(9.5%)과 99곳(7.8%)으로 사흘 간 평균 휴진율은 10.5%다.

이와 관련 김영길 경북도 보건정책과장은 “도내 응급실 38곳과 포항·안동·김천의료원과 지역 보건소 등 565곳의 보건기관이 운영 중”이라며 “파업 기간 동안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구시의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의료 4대악 정책(한방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비대면 진료)을 의료계와 어떠한 소통도 없었다”며 “또 파업협상이 결렬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업무 개시 명령으로 의사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공공의대를 빙자한 현대판 음서제에 의해 배출된 의사에 의해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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