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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의 세상이야기] 한번이라도 잘못 시인한 일 있나
[유천의 세상이야기] 한번이라도 잘못 시인한 일 있나
  •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 승인 2020년 08월 27일 16시 49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8월 28일 금요일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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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부동산 대책을 23번이나 하고서도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을 잡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여권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최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3법이 아파트 폭등의 원인”이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부동산 급등은 투기 세력 때문”이라며 “일반 주부에 이어 젊은 층마저 투기 대열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지난 3년여간 23번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반성은 없고 ‘전 정권 탓’에다 ‘주부, 젊은이 탓’까지 하고 나선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초기에 발생한 문제는 모두 ‘전 정부의 적폐 탓’이라고 몰았다. 문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규제 개혁에 대해 ‘답답하다’고 하면 여권 지도부는 “야당 비협조로 규제 혁신법을 논의조차 못 했다”고 했다. 수출 부진과 뒷걸음치는 경제 흐름에 여당 정책 책임자는 “야당의 상습적 국회 파행과 마비 탓에 수출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수출 부진까지 야당 탓으로 돌린다.

지난해 10월 조국 전 장관 사퇴를 규탄하는 광화문 국민대회가 열리는 등으로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이구동성으로 여권은 “가짜 뉴스 때문이라”고 언론에 책임을 넘겼다. 4·15 총선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한 뒤에는 ‘남 탓 바이러스’가 더욱 악성으로 나타났다.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유죄 판결은 ‘검찰 탓’이라고 하고 탈북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국회의원 당선에 대해서도 여권에선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탄생도 북한 입장에선 큰 메시지”라고 했다. 이 말은 올 들어 북한의 대남 협박이 ‘탈북민 의원 탓’이라는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북핵은 ‘미국 탓’이라고 한다. 인국공 사태(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사태)와 관련, 청년층의 분노가 폭발하자 “가짜 뉴스로 촉발됐다”면서 “야당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언론과 야당 탓으로 돌렸다. 문 정부 초기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서 잇따라 낙마를 하자 청와대는 “전 정부에서 사용했던 검증방식을 사용했더니 후보자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했다”고 전 정부 탓을 했다. 2017년 4월 살충제 오염 달걀 파동이 스위스 영국 등 유럽 15개국에서 발생해 달걀 수입이 전면 금지되고 국내 양계 농가서도 그해 8월 살충제 피프로닐에 오염된 달걀이 검출돼 전국의 49개 농장이 폐쇄됐다. 이때도 민주당은 “원인을 찾자면 식품안정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이전 정부에 있다”는 성명까지 발표하며 책임을 전 정부로 돌렸다. 책임 회피도 이 정도면 가히 금메달감이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대형 재난이 여권을 통해 정쟁의 소재로 둔갑해 민심을 뒤흔드는 경우를 국민은 지금도 보고 겪고 있다. 재난피해를 수습하고 국민을 안정시켜야 될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남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최근 전광훈 목사 등이 주축이 된 8·15 광화문 광장 집회로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자 여권에선 연일 “광복절 집회 배후에 통합당이 있다” “광복절 집회를 방조한 통합당은 석고대죄하라”며 전 목사와 통합당이 코로나 확산의 주범인 양 한데 묶어 때리고 있다. 103명의 통합당 의원 중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의원은 H의원 한 명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H의원 한 명이 집회에 참가한 수만 명을 움직였다는 이야기다. 여당에선 집회를 허용한 판사를 ‘판새’(판사새×)라고 비속어까지 쓰며 비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법원이 8·15 광화문 집회 허가를 잘못해 정부의 방역이 무너졌다”고 했다. 당초 정부가 광복절 대체 휴가일을 지정하고 교회 소모임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등 방역의 고삐를 늦춰 2차 대확산에 원인 제공을 한 책임이 있는데도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가 26일 현재 215명으로 지난 15일 이후 집계된 전체 확진자 3250명의 6.6%에 불과하다. 이런데도 청와대부터 여당 대표, 장관들까지 광화문집회가 코로나 확산의 전부인 양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2017년 5월 10일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집권 3년여 동안 한 번이라도 국민께 공개적으로 잘못을 시인한 일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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