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형 선고 이후 9개월 만에 열린 재판서 선처 호소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개인적으로 취한 이득이 없었고, 다른 피해자도 없었습니다. 40년 동안 충실하게 일한 대구은행의 명예를 위해 은행장 취임 이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임원들이 4억 원을 마련해 사비로 수습했을 뿐입니다.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금융기관 재취업이 불가능하니 선처를 당부드립니다.” 대구 수성구청에 판매한 채권형 펀드 손실금을 보전해 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박인규(66) 전 대구은행장이 9개월여 만인 27일 오후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이렇게 호소했다. 그는 비자금 조성·횡령과 채용비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의 형을 확정받았고, 그해 10월 29일 대구교도소에서 만기출소했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박 전 은행장의 변호인은 “평생을 대구은행원으로 살아오면서 은행의 명예를 지키려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재산상 손해를 많이 봤고 1심의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40년 은행원 경력을 살려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재취업 기회를 잃는 만큼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대구은행은 2008년 8월 수성구청이 여유 자금 30억 원을 투자한 채권형 펀드가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10억여 원의 손실이 발생하자 전·현직 은행장 등 임원 14명이 12억2400여만 원을 모아 이자를 포함한 손실을 보전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박인규 전 은행장은 사위 명의로 대출한 2억 원을 냈고, 하춘수·이화언 전 은행장이 2억씩 갹출했다. 이찬희 전 본부장은 6000만 원, 김대유 전 부행장은 5500만 원을 보탰다. 그러나 대구은행은 수성구청과 같이 손실 피해를 본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손실금을 보전해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찬희(64) 대구신용보증재단 이사장(사건 당시 부행장)은 최후진술에서 “당시에는 임원들이 희생하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결과적으로 범행하게 됐는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선처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수성구청 자금담당 계장으로 근무하면서 펀드 손실보전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손실액 상당의 정기예금이 존재하는 것처럼 구청 결산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5급 사무관 A씨(57)는 “책임자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A씨의 변호인은 한발 더 나아가 “6명의 공무원이 수사를 받은 이후 A씨만 기소된 것을 보면 희생양으로 삼은 의도와 결과로 의심된다”며 “50쪽에 달하는 결산서류 안에서 정기예금이라고 표기한 부분을 찾아낸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하면 30년이 넘는 피고인의 공직생활을 부정할 정도로 위법성이 무거운지 의문이다. 명예롭게 퇴직하도록 선처해달라”라고 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10월 15일 오후 2시 열린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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