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

최정문 대리의 삶터는 가열로다. 그에게 가열로는 서른 청년의 꿈을 부풀리게 한다.

‘태어나 스물이 될 때까지 그저 아버지가 가는 길을 함께 걷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서른! 그는 포스코를 넘어 세계 최고의 가열로 명장이 되겠다는 꿈을 세웠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최정문 대리.

1990년 충남 공주에서 소방관의 아들로 태어난 그의 스무 살 때까지 꿈은 아버지가 걸어온 소방관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충남도립대 2학년 재학(소방안전관리 전공) 중 포스코 전문대졸 채용에 응시, 2013년 1월 아버지와 다른 직업이지만 아버지와 같은 불을 업으로 삼게 됐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버지는 불을 잘 끄는 게 목표였고, 최대리는 불을 잘 지피는 게 과제라는 것뿐이다.

최정문 대리가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가열로 운전실에서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최 대리의 업무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가열로 운전.

열연공장은 제선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슬래브를 재가열시켜 원하는 제품 모양을 만드는 곳으로, 가열로가 열연공장 가동의 출발선이다.

불을 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소방안전 분야를 전공했던 그가 불을 지피는 곳으로 배치된 것은 어쩌면 필연적 운명인지도 몰랐다.

두려움과 걱정도 없지 않았지만 그는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불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일과가 끝나면 소방관련 공부에 몰두한 끝에 지난 2015년 특급소방안전관리자 자격을 땄다.

최정문 대리가 2열연공장 대수리 과정에서 평소 들여달 볼 수 없었던 가열로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그의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 특출한 사람들의 특별한 꿈이나 목표보다는 그저 아버지의 길을 따를 것이라는 막연한 목표가 전부였지만 서른을 맞은 그는 특별한 꿈을 세웠다.

그것은 바로 포스코 52년 역사 속에 누구도 걸어보지 못한 ‘가열로 명장’이 되는 것이다.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은 세계 최고의 연연속 압연(슬래브를 1차 압연해 두께 25~35㎜의 바 상태로 만든 후 남은 앞뒤 끄트머리를 접합해 다시 압연하는 기술)이 이뤄지는 공장이며, 최대리는 연연속 압연 공정에서도 가열로 운전을 맡고 있다.

슬래브를 대형 롤로 압연하기 위해서는 재결정 온도 이상으로 가열해야 하며, 가장 좋은 온도로 정확하게 가열하지 않으면 다음 공정에서 설비 트러블로 이어지기 때문에 운전대에 앉는 순간 그의 모든 감각은 가열로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최정문 대리(오른쪽 두번째)가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가열로에서 팀원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특히 1000℃를 넘는 고열 지역인 만큼 언제든지 위험물질 누출·화재·폭발 등의 사고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자리다.

그렇기에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지만 그는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열연공정의 출발점인 가열로 분야의 최고 자리를 목표로 세운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자신의 명예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포스코가 세계 제일의 철강회사로 되기 위해서는 최고의 제품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가열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됐다.

입사 초기부터 ‘선배들이 알려준 내용은 절대 다시 묻지 않는다’는 자세로 그때그때 배운 내용을 기록한 뒤 다리 노트에 정해 온 그는 그리고 대수리 때에는 평소 가열로 가동 시 들어갈 수 없었던 곳곳을 직접 확인하며 점검에 나설 만큼 하나로 더 보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노하우들은 이제 그의 가슴포켓에 항시 자리한 석필(납석 따위를 붓 모양으로 만들어 석판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 쓰는 필기구)을 통해 어느 새 10명으로 늘어난 후배들에게 전해진다.

그는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석필을 꺼내 도면을 그려가며 상세히 설명, 후배들에게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또 이 석필은 설비이상이 느껴지면 바로 체크해 신속정확한 점검·정비에 힘을 보탠다.

이렇게 입사 초기부터 자신만의 방법으로 가열로 노하우를 챙겨온 그는 이제 2열연공장 가열로를 세계 제1의 가열로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가 세계 최고의 가열로 명장이 되겠다는 꿈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항상 최선을 다해서 일해주면 좋겠다. 가끔 지치고 힘들 때는 쉬어가도 되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자. 그리고 가끔은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고 되돌아보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는 그의 눈빛은 가열로의 뜨거운 불빛만큼이나 열정적으로 타올랐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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