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야기] 1. 경주 두산리 '명주마을'
[우리동네 이야기] 1. 경주 두산리 '명주마을'
  • 황기환 기자
  • 승인 2020년 08월 27일 20시 26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8월 28일 금요일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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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두산마을' 할머니들 전통 손명주 기술 명맥 잇는다
김정숙(76) 할머니가 뜨거운 물에 넣은 고치에서 실을 뽑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고유한 문화를 전통문화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전통문화라도 관심을 가지고 계승하고 발전시키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다.

경주시 양북면에 있는 속칭 ‘명주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 유일의 손명주 생산마을이란 자부심을 갖고 70~80대 할머니들이 전통방식으로 손명주를 짜고 있지만, 이를 배우기 위해 나서는 전승자들이 없어 큰 고민이다.

이들은 섬유의 여왕으로 불리는 명주, 즉 비단을 만들기 위해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부지런히 베틀을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고유성을 가지 전통 손명주 생산기술을 발전시키고 계승시키기 위해 고된 노동을 마다치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손으로 짠 명주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줄어들면서 전통 손명주 생산기술이 자칫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조상들의 명주 생산기술을 그대로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경주 명주마을 사람들.

그들은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을 위해 삼복더위에도 불구하고 베틀에 앉아 명주짜기 시연을 하면서 전통문화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손명주연구회 회원들이 베날기 작업을 하고 있다.

△전국 유일의 손명주 생산지 두산마을.

두산리는 양북면사무소 소재지에서 감은사지와 문무대왕 수중릉이 있는 동해안 방향으로 흐르는 대종천을 따라 2~3km 가다 보면 나오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5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논농사 위주로 생활하고 있지만, 여느 농촌처럼 주민 대부분이 고령화로 조용하기 그지없다.

특이한 것은 이 마을로 들어오는 2차선 도로의 가로수가 뽕나무라는 점이다.

예로부터 하늘이 내린 나무라 해 ‘신목’이라 불린 뽕나무로 가로수를 조성한 것은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낯선 풍경이다.

두산손명주

두산마을 주민들이 언제부터 명주짜기를 시작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먼 옛날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길쌈 문화가 끊기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기 때문에 전국 유일의 전통 손명주마을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두산리에는 20여 가구가 전통방식으로 손명주를 짜고 있다.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아니면 이 마을로 시집을 와서부터 수십 년간 명주짜기를 해온 할머니 전문가들이다.

한때는 명주가 안락함과 포근함으로 다른 어느 직물에 비할 수 없이 좋아, 비싸게 팔리면서 쏠쏠한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워낙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장례문화도 화장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등의 영향으로 비단을 찾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더욱이 근대기에 나일론이 보급되고 방직공장이 세워지면서 전통 직물을 짜는 기술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한때는 이 마을에서 베틀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할머니들은 전통문화를 계승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작목반을 조직해 명주 생산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2002년부터는 15명의 할머니 회원을 둔 ‘두산 손명주 연구회’로 명칭을 변경해 현재까지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김화자(79) 할머니가 고치에서 풀은 실을 방구리에 감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인정 받은 두산마을 명주짜기.

두산리의 ‘두산손명주연구회’는 지난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87호 ‘명주짜기’의 보유단체로 인정받았다.

전국 유일의 손명주 생산지 두산마을 할머니들이 명주짜기의 전통기법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 왔기 때문이다.

‘두산손명주연구회’는 두산마을에서 개별적으로 길쌈을 해오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다.

1996년 마을 내에서 손명주 작목반을 조직해 활동하다가 2002년에 ‘두산손명주연구회’로 명칭을 변경, 오늘에 이르고 있다.

두산리 명주전시관에서 두산손명주연구회 회원인 한 할머니가 전통방식으로 명주를 짜고 있다.

특히 ‘두산손명주연구회’는 단체 구성원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수십 년간 명주를 짜온 분들로, 명주 짜는 과정을 숙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 간의 협업을 통해 전통방식의 명주 짜는 기술을 전승하고 있다.

흔히 비단으로 불리는 명주는 누에고치에서 풀어낸 견사로 짠 직물로, 고조선 때부터 기록이 나타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

명주는 뽕나무를 재배하고 누에를 치는 일부터 시작된다.

전통명주 짜기는 누에치기를 시작으로 실뽑기, 살째기 및 실감기, 베날기, 베메기, 바디 실꿰기, 꾸리감기, 베짜기, 푸세하기 등의 과정을 거친다.

두산마을 할머니들은 생산량도 많고 품질도 월등한 기계로 명주를 짜는 대신 이러한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시간에 쫓기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누에고치에서 한올 한올 실이 풀려서 고급옷감이 짜여 지는 과정을 재현함으로써 손명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50년 넘게 손명주를 짜고 있다는 김화자(79) 할머니는 “옛날에는 명주 한 필을 짜는데 두세 달이 걸렸지만, 수의 등으로 많이 나가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했다”면서 “요새는 찾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손명주 기술을 보존하기 위해 전통방식 그대로 베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시 양북면 두산리 마을 입구에 위치한 ‘전통명주전시관’ 모습.

△전통문화명품마을로 견인하는 ‘명주전시관’.

두산리에는 지난 2010년 문을 연 ‘전통명주전시관’이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이 전시관은 전통손명주 생산기술의 계승·발전과 동해안 지역의 새로운 농촌체험관광상품 개발을 목적으로 건립됐다.

명주전시관항공

이곳에는 3699㎡의 부지에 명주전시관, 명주작업관, 명주염색관 등 3개 동의 한식 골기와 건물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게 자리잡고 있다.

또 인근에는 953㎡의 뽕밭도 조성돼 있다.

명주기구전시
명주로 제작한 한복을 입은 인형.

명주전시관은 전통명주 짜기 과정을 인형으로 재현한 공간과 명주를 짜는 데 필요한 왕채, 돌껏, 얼레, 바디 등 다양한 기구 전시공간, 그리고 명주를 이용해 제작한 기념품 전시공간 등으로 이뤄져 있다.

(사)두산손명주연구회 김경자 회장이 손명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명주작업관에서는 연구회 회원 할머니들이 번갈아 가면서 전통문화 계승을 위해 명주짜기의 전반적인 과정을 재현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개인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하는 작업인 명주짜기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분업을 통해 고치풀기부터 푸세하기까지 하는 일을 나눠서 한다.

갓 시집와서부터 현재까지 명주를 짜고 있는 전문가들인 할머니들은 명주를 짜서 자식들 대학까지 공부시키며 살아왔던 어려운 시절의 힘들었던 이야기도 구성지게 엮어내는 입담도 보인다.

경주시티투어를 이용한 관광객들이 두산리 명주전시관을 찾아 전통방식의 손명주 짜기 과정을 관람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주 시티투어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1주일에 4회 찾아오면서 할머니들의 명주짜기 솜씨를 뽐낼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났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이러한 열정에도 양잠산업 기반이 갈수록 취약해 지면서 고치마저도 양잠조합에서 제공받아야 하는 현실에 할머니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김경자 (사)두산손명주연구회장은 “두산마을 손명주짜기는 우리 조상들의 명주생산기술을 그대로 오늘날까지 발전시키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고유성을 가진 전통문화이다”면서 “두산손명주연구회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단체로 지정된 것은 실크로드의 발상지 경주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다 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회장은 “기계로 만든 명주나 수입산은 손명주에 비해 3분의1 가격이지만,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판매를 통한 수익창출보다 우리의 뛰어난 전통문화를 발전시켜 전승하기 위함이다”며 “이러한 전통문화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나타나지 않아, 머지 않아 명맥이 끊길 우려가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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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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