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협 변호사

도시정비법상의 재개발사업에 있어 당초 분양신청을 하였다가 종전자산 감정평가금액이 낮게 책정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분양신청을 철회하고 현금청산을 하겠다고 하면서 조합의 인도요청을 거부하는 사례들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물론 조합의 입장에서는 조합원과 현금청산자들로부터 조속히 해당 부동산을 인도받아야만 일반분양 및 착공절차에 돌입할 수 있으므로 그 긴급성이 인정될 수 있는 반면, 반대적인 입장의 조합원 및 현금청산자들은 그 인도를 저지함으로써 자신의 부동산에 관한 상승된 금액으로 합의를 이루는 것이 당연한 목표일 것이다.

재개발조합에 있어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이 현금청산자로 그 지위를 변경할 수 있을까? 일단 이에 대한 판례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대법원 2011.12.22. 선고 2011두17936 판결은 “분양신청을 한 토지 등 소유자가 분양신청기간이 종료된 후에 임의로 분양신청을 철회하는 것까지 당연히 허용되어 그에 따라 위에서 말하는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에 해당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분양신청 조합원들은 재개발조합의 인도요청에 대하여 ‘분양계약체결 기간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이 인도소송을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할 수 있다. 한마디로 분양계약 체결기간조차 공고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분양신청만을 받아 놓고 무조건 인도부터 요구한 다음, 이를 모두 철거한 후 나중에서야 분양계약체결기간을 공고하고 현금청산자로서의 지위를 변경하게 하는 것은 제대로 된 감정평가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는 반론이 발생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재개발조합이 취득하는 토지의 보상액은 변동성이 적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여 토지의 위치·형상·환경·이용상황 등에 따라 적정하게 가감된 금액으로 결정되므로, 조합이 현금청산대상자들에게 지급할 보상액을 줄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분양계약 체결절차를 지연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본 변호사가 담당한 조합의 인도단행가처분 사안에서 상대방이 위와 같은 항변을 하였으나, 대구지방법원 2020카합1010*결정 및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카합506*결정 역시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의 분양신청기간 종료 후 임의적인 분양신청 철회가 불가능하여 현금청산자로서의 지위가 변동된다고 보기 어렵고, 분양계약 체결기간을 공고하지 아니한 채 인도를 구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정의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단행가처분을 모두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

분양신청을 하였다가 분양신청기간이 만료된 이후 임의적인 분양신청의 철회 및 그로 인하여 조합원에서 현금청산자로 그 지위가 변경되지 않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 무리한 인도거부로 인해 조합에 대한 사업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가능성도 있는 점(대법원 2018.7.12. 선고 2014다88093 판결) 등을 고려하여, 토지등소유자는 조합이 공고한 분양신청기간 내에 미리 분양신청 및 그 철회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 의사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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