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경고 무색

인터넷 한 커뮤니티 사이트 피시방 갤러리 코너에 게임을 목적으로 한 ‘대구 원정’ 관련 글이 게시돼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캡쳐

‘대구 원정 출발한다.’

지난 25일 오전 5시 20분께 인터넷 한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익명으로 글이 게재됐다. 최근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감염병 전파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피시방의 영업이 중단되자 정상영업 중인 대구지역 피시방으로 향한다는 내용이다.

‘대구 피시방 원정이나 가야겠다’, ‘이번 주말엔 대구로 원정 가야지’ 등 게임을 하기 위해 대구로 향한다는 다수의 글이 최근 닷새 동안 이 사이트에서 발견됐다. 전남과 대구를 후보로 내세워 원정 지역을 물어보는 글이나 피시방 원정지역으로 대구를 추천하는 내용의 게시물도 눈에 띄었다. 27일 현재까지도 대구로 이동해 게임을 즐길 것이라는 글이 게재되고 있는 상태다.

실제 대구 수성구에서 직장생활 중인 A씨(28)는 취미로 즐기는 온라인 D게임의 길드(일정한 목적을 가진 집단)에서 만난 한 게이머 B씨가 최근 대구를 방문한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는 “서울에서 피시방 영업이 중단되고, 대구에서 게임을 하겠다는 B씨의 말을 농담처럼 들었는데, 최근 대구 한 피시방에서 게임에 접속했다고 했다”며 “말만 들었지 솔직히 게임을 하려고 비용과 시간을 들여 대구까지 원정까지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정 온 사람들이 동대구역 근처나 시내에서 게임을 하고, 동네 피시방까지는 오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이용하는 피시방에 다른 지역 사람들이 온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불안하기는 하다”고 우려했다.

앞서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 19일부터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지역에 한층 강화한 방역조치를 시행했다. 오는 30일까지 피시방을 비롯해 유흥·단란·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뷔페 등 감염병 전파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곳을 집합금지 대상으로 지정해 영업을 중단시킨 상태다.

하지만 수도권 일부 시민이 피시방·클럽 원정 등에 나서면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외면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경제적 손실을 예상하면서도 수도권에 집합금지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시행하면서 국민에게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했던 경고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대구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에 따른 감염병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확산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지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각 구청과 보건소 등 직원들의 업무 또한 포화상태에 달해 원정 등 특정 현상에 대한 관리·감독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동구청은 동대구역 일대 피시방을 비롯해 유흥·단란주점 등 집단감염 고위험시설 698개소와 고위험시설 외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1632개소 등 총 2330개소를 매일 순회하며 점검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부서마다 담당 업소를 맡아 현장 지도·점검을 진행 중인데, 집단감염 고위험시설에서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며 “수도권 인구 유입을 막는 방도가 없고, 피시방 원정과 같은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필 여력은 없지만, 고위험시설 외에도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곳을 매일 돌아가며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내 영업장들이 전자출입 앱 설치와 방명록 작성을 비롯해 소독 등 핵심방역수칙을 잘 이행하고 있다”며 “정부와 방역 당국에서 당부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해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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